생전 특집마저 사양했던 ‘국민 아버지’…故 최불암이 남긴 진짜 어른의 품격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거대한 별이 졌다. ‘국민 아버지’라 불리며 반세기 넘게 안방극장의 희로애락을 품어냈던 배우 최불암이 87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 노환으로 눈을 감은 고인의 장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5일장으로 엄숙하게 치러진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그가 평생 대중에게 보여준 삶의 궤적만큼이나 정갈하고 겸허했다.

고인은 떠나는 순간조차 세상에 짐을 지우지 않으려 했다. 1년 전부터 디자이너 박술녀를 통해 미리 자신의 수의를 지어두며 조용히 삶의 끝자락을 관조했고, 별세 9일 전에는 8년 전 자신에게 세례를 주었던 염수정 추기경에게 병자성사를 받으며 차분히 이별을 준비했다.

고 최불암. 사진=MK스포츠 DB

무엇보다 대중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것은 그의 남다른 책임감과 배려다. 고인은 생전 방송국에서 제안한 자신의 헌정 특집 프로그램 편성마저 정중히 사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낮추며 조용히 무대를 내려오는 길을 택한 것이다.

작금의 연예계는 그야말로 과시와 얄팍한 화제성의 시대다. 아주 작은 명성이라도 얻으면 이를 어떻게든 자본과 트래픽으로 환산하려 들고, 수백억 원대 자산가가 푼돈으로 대중을 기만하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사생활을 전시하는 요란한 촌극이 연일 미디어를 장식한다. 이토록 가볍고 소란스러운 시대상 속에서, 스스로 수의를 준비하고 화려한 헌정 방송마저 뒤로한 故 최불암의 고요한 뒷모습은 그 자체로 묵직한 꾸짖음이자 숭고한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사진=MBC

빈소가 마련된 아산병원에는 “먼저 가셨네, 추억 잘 간직할 것”이라며 애통해한 동료 배우 나문희와 “내겐 아버지 같은 분, 곧 보자고 했는데”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한 유인촌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아가 28년이라는 역대 최장수 기간 동안 ‘서울의 얼굴’로 헌신했던 고인을 기리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모의 뜻을 전하는 등 정치권마저 정파를 초월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특정 세대나 진영을 넘어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낸 그의 삶은,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명배우’를 넘어 우리 사회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었던 ‘진짜 어른’의 표본이었다.

평생을 카메라 앞에서 대중과 눈을 맞추며 시대의 상처를 어루만졌던 국민 아버지.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끝까지 대중을 배려하며 품위를 잃지 않았던 그의 퇴장은, 인기와 화제성이라는 허상에 취해 길을 잃은 후배들에게 진정한 ‘스타의 품격’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있다.

고 최불암

따뜻한 ‘파~’ 웃음소리와 수많은 명작을 우리 가슴에 남겨두고 긴 여행을 떠난 故 최불암의 평안한 영면을 깊이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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