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백일섭이 고(故) 최불암의 빈소 방문을 고민하던 김용건에게 아들 하정우의 결혼을 앞둔 사정을 고려해 조문을 만류했다고 밝혔다.
백일섭은 지난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불암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한 뒤 취재진과 만나 김용건에게 전화가 왔던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용건이는 와야 하는데“라며 김용건이 아들 하정우의 결혼을 앞두고 상갓집 방문을 조심스러워했다고 설명했다. 김용건이 먼저 전화를 걸어 난처한 마음을 전하자 백일섭은 “그러면 오지 마라”고 말했다.
특히 백일섭은 “저도 우리 엄마가 초상집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집안에 경사를 앞두고 상갓집 출입을 삼가던 오랜 풍습을 떠올리며 동료의 사정을 헤아린 것이다.
김용건의 아들 하정우는 오는 12월 13일 배우 차정원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은 약 6년간 교제했으며, 예식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0월 14일 결혼 소식이 공식 발표됐을 당시 김용건은 아들이 결혼 후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면 돼요. 다른 건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아버지한테 손주나 안겨주면 더 고맙고“라며 아들의 새로운 출발을 앞둔 아버지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김용건에게 최불암의 부고가 전해졌다. 김용건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된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이 연기한 김 회장의 큰아들 김용진 역을 맡았다. 드라마에서는 22년 동안 아버지와 아들로 지냈고, 작품이 끝난 뒤에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최불암의 빈소에는 ‘전원일기’에서 한 가족으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 하나둘 모여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 회장의 아내를 연기했던 김혜자는 지난 30일 저녁 빈소를 찾았다. 22년 동안 극 중 부부로 지냈던 김혜자는 조문을 마친 뒤 눈물을 글썽이며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게 마지막이란 생각 안 든다“며 ”죽으면 또 만날 거고 마지막이라고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너무 그리운 사람이니까 곧 만날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김혜자가 조문을 마치고 나올 때는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로 출연했던 임호와 복길이 엄마를 연기했던 김혜정이 곁에서 부축하며 발걸음을 함께했다.
김 회장의 둘째 아들 용식 역을 맡았던 유인촌도 빈소가 마련된 첫날 일찍 찾아왔다. 유인촌은 22년간 아버지와 아들로 호흡을 맞춘 시간을 떠올리며 최불암을 개인적으로도 가족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평소에도 고인을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했다.
큰며느리 고두심과 금동이 임호, 일용이 역의 박은수, 이계인 등도 고인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장례 이틀째인 31일에는 복길이 김지영과 영남이 남성진 부부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전원일기’에서 연인으로 출연했던 두 사람은 실제로도 부부가 된 인연이 있다.
김지영은 고인을 아버지이자 선생님 같은 분으로 기억했고, 남성진도 배우로서의 삶뿐 아니라 많은 것을 가르쳐준 큰 스승이었다며 추모했다. 이렇게 드라마 속 가족들이 차례로 빈소를 찾는 동안, 큰아들 김용건의 사정은 백일섭의 설명으로 전해졌다.
백일섭과 김용건, 최불암의 인연은 단순히 오랫동안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 사이의 관계를 넘어섰다.
백일섭은 최불암과 생전에 자주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김용건과 이계인을 언급했다. 최불암과 백일섭, 김용건, 이계인 네 사람은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에도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사이였다.
백일섭은 고인과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술자리를 떠올리며 눈빛만 봐도 편안했던 형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최불암과 가까웠던 백일섭이 김용건의 전화를 받고 전한 말은 조문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소에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백일섭은 최불암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대해서도 90세는 넘기셔야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애석한 마음을 드러냈다.
고인은 지난 10월 29일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발인은 오는 11월 2일 오전 7시 40분 엄수될 예정이다.
김용건이 실제로 조문을 마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백일섭은 그가 끝내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백일섭은 발인이 월요일인 점을 언급하며 “용건이도 마음이 쓰여 어쩌면 내일 조용히 다녀갈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