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전에서 ‘코리안 타이거’ KO시킨 이로사 “초반 급습, 살짝 당황했지만 잘 풀어냈다” [현장인터뷰]

자신의 종합격투기 은퇴전에서 ‘코리안 타이거’ 이정영을 제압한 ‘쥬시 제이’ 줄리안 이로사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돌아봤다.

이로사는 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메타 APEX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모이카노 vs 놀란’에서 이정영과 가진 페더급 경기 1라운드 1분 31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그는 “생각하다 보니 눈물이 날 거 같았다. 그저 이번 경기 완전히 몰입했다. 경기장에 걸어갈 때는 마음이 편안했다. ‘혹시 지면 어떡하지?’ ‘계속 일할 수 있을까?’같은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없었다. 그런 부담이 전혀 없으니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나갔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줄리안 이로사는 은퇴전에서 이정영을 KO시켰다. 사진 제공= UFC

이날 이정영은 초반 급습에 나섰다. 글러브 터치가 끝나기 무섭게 펀치를 몰아치며 이로사를 당황하게 했다.

“하마터면 질 뻔했다”며 말을 이은 이로사는 “새컨드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상대를 그라운드로 데려가 그래플링 싸움을 하려고 했다. 지루한 경기가 되더라도 이기기만 한다면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케이지 문이 닫히고 몇 대 맞고 나니 그냥 화끈하게 붙고 싶어졌다. 내 성격에 어쩔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풀렸지만, 정반대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훈련 내내 연습했던 대로 타격이 제대로 적중해 다행이었다. 철저한 준비가 빛을 발했다”며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글러브 터치 직후 바로 공격에 나선 것이 ‘더티 플레이’라 생각하는지를 묻자 “다시 돌려봐야 할 거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런 장면은 꽤 자주 본다. 어떤 때는 너무 이른 타이밍에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또 아닌 거 같고, 애매하다.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타격을 허용해 피해를 입은 상태였고 방어 모드로 들어갔다. ‘그래, 그래플링을 하자, 팔로 감싸 안자’고 생각했다. ‘정신 차리자, 다시 집중해서 상대가 내 앞에 있게 만들자, 거기서 다시 풀어가자’는 생각뿐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이로사는 이정영의 공격적인 모습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MK스포츠 DB

이정영의 초반 급습에 대해 “저돌적인 스타일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고 밝힌 그는 “보통은 글러브를 맞대고 탐색전을 펼치기 마련인데 그는 글러브를 맞대자마자 바로 치고 들어오더라. ‘아, 바로 실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ㅇ르 즐기는 편이라 괜찮았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살짝 당황했지만, ‘젠장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정신 차리고 상황을 풀어가야 해’라고 계속 되뇌었다. ‘정신 차리고 풀어가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잘 풀어냈다”며 설명을 더했다.

상대가 초반에 급습해 들어올 때, 준비한 계획들은 어떻게 풀어갈까? “이와 관련된 질문에 ”일종의 줄타기 같은 느낌“이라 답한 그는 ”나는 그런 상황을 즐긴다. 그런 식의 화끈한 싸움을 좋아한다. 하지만 때로는 계획이 완전히 틀어질 수도 있다. ‘이번에는 A, B, C 전략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갑자기 ‘D, E, F’같이 예상 박의 공격을 퍼부으면 ‘큰일 났네,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겠네’라는 생각이 든다. 경기 전 대기실에서 몸을 풀 때 파트너들은 살살 맞춰주며 여유 있게 준비하지만, 링에 올라가면 상대는 4온스짜리 글러브를 끼고 거칠게 공격해 온다. 상황에 맞춰 즉각적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을 파악하고 즉석에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고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100% 동의한다”고 답했다. “경기 중에 상황에 맞춰 대응을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일반적인 선수들과 더 높은 수준의 선수들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로사는 은퇴전에서 이정영을 쓰러뜨렸다. 사진 제공= UFC

32승 14패의 전적으로 종합격투기 커리어를 마무리한 그는 UFC에서 방출됐다가 다시 계약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끈질긴 커리어를 보냈다.

그는 “이번 경기가 잡히기 전부터 아내에게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 결정에 만족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찾고 나니 오직 ‘싸움’ 그 자체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은퇴하기로 한 결정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은퇴하겠다’고 해놓고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결과에 만족한다. 후회없이 보든 것을 쏟아부었다. ‘얼티밋 파이터’부터 ‘컨텐더 시리즈’까지 거치며 UFC에서 방출됐다가 다시 계약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래서 내 방식대로, 내가 원할 때 떠나고 싶었다”며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말했다.

자신의 커리어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자신의 별명인 ‘쥬시(Juicy)’를 꼽은 그는 “죽이거나, 죽거나, 그게 격투의 정신이다. 판정승을 노리거나, 혹은 지지 않으려고만 하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며 자신이 어떤 선수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말했다.

2020년 6월 열세 평가를 뒤집고 션 우드슨을 서브미션으로 제압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은 그는 이제 고향인 워싱턴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내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아들이 생기면서 내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격투기가 내 삶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아들이 내 삶 그 자체가 됐다. 격투기라는 건 언제든 내려놓아도 괜찮은, 내 삶의 부차적인 부분일 뿐이다. 아들과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격투기 선수로서 계속 치열하게 싸우느라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라며 가장으로서 삶을 살 것임을 예고했다.

이로사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끈질기게 버텼다. 사진=ⓒAFPBBNews = News1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끈질긴 커리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UFC에서 방출되거나 자리를 잃은 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왜 자신이 싸움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두 번이나 방출당했을 때 스스로에게 ‘지역 무대에서 가장 거친 놈이 되어주겠다. 다 박살 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돈을 많이 못 벌어도 괜찮아. 나는 싸우는 것 자체가 좋으니까’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싸움을 좋아한다면, 계속 밀고 나가라. 하지만 만약 그 과정이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너무 큰 부담이 된다면, 그때는 상황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UFC에 진출하는 것이 꿈인데 방출당했다면, 그래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결국에는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라. 젊은 선수들에게도 항상 인내심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단순히 싸우고 싶다는 갈증 때문에 무턱대고 경기를 잡을 필요는 없다. 나도 선수 생활 초기에는 싸우고 싶어서 경기를 많이 잡곤 했다. 그때 조금 더 현명하게 행동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하지만, 나는 완전 다른 세대 선수다. 어쨌든 인내심을 갖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계속 정진해야 한다.”

[라스베가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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