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었다면 세상에 없었을지도”…故 최불암 향한 눈물의 편지

배우 고(故) 최불암의 마지막 길이 45년간 인연을 이어온 초록우산의 배웅 속에 마무리됐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은 지난 10월 29일 별세한 고 최불암 전국후원회장의 장례를 5일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렀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30분 세상을 떠났으며, 유가족과 초록우산 임직원, 각계 인사 및 시민들의 추모 속에 지난 2일 영면에 들었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은 지난 10월 29일 별세한 고 최불암 전국후원회장의 장례를 5일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렀다고 밝혔다. / 사진 = 천정환 기자

이번 장례는 생의 마지막을 초록우산과 함께하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재단장으로 진행됐다. 배우로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고인은 어린이를 위한 나눔과 지원 활동을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로 여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초록우산은 고인과 유가족의 뜻을 반영해 역대 세 번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을 마련했다. 재단장은 어린이를 위한 헌신을 기리기 위해 초록우산 임직원들이 함께하는 재단 차원의 최고 예우다. 지난 2010년 고 김석산 어린이재단 회장과 2011년 ‘철가방 우수씨’로 알려진 고 김우수 후원자에 이어 15년 만에 치러졌다.

장례위원장은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맡았다.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정관계 인사와 동료 배우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45년간 아동복지에 힘써온 고인을 기억하는 시민들과 과거 초록우산의 지원을 받았던 이들도 빈소를 찾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 청년은 빈소 방명록에 “시설 살 때 큰 힘이 되어주신 선생님. 초록우산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선생님이 힘이 되어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편지를 남겼다. 이 밖에도 고인을 위한 시를 헌정하거나 고인의 뜻을 이어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조문객들이 발길을 이었다.

초록우산은 서울아산병원 빈소 외에도 본부 1층과 공식 홈페이지에 별도의 추모 공간을 운영했다. 오프라인 추모 공간에는 지방에서 찾아온 시민을 비롯해 자녀와 함께 고인의 연기 활동을 되돌아보며 헌화하는 가족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온라인에서도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 글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이 땅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가셨다”, “국민 할아버지 큰 어른으로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저도 부족하지만 당신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며 살아가겠다” 등의 메시지를 남기며 고인의 나눔 정신을 기렸다.

초록우산 임직원들은 장례 기간 빈소를 지키며 고인을 추모했다. 전국 사업기관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번 재단장은 “어린이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는 고인의 신념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했다.

발인은 지난 2일 오전 7시 40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 장례 기간 빈소를 지킨 초록우산 임직원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에 함께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여의도성당에서는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열렸다. 황영기 회장은 고별사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으며, 생전 고인을 ‘이모부’라고 불렀던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조가로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장례미사를 마친 뒤 고인의 운구 행렬은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초록우산 본부로 향했다. 생전 고인이 마지막으로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던 곳이다.

고인과 초록우산의 인연은 1981년 시작됐다. 당시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를 입양하는 이야기를 연기한 그는 시청자들이 보내준 찬사와 기대에 부응하고자 초록우산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어린이를 위한 지원과 나눔을 이어갔다.

고인은 생전 어린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보람 있게 여겼으며, 삶의 마지막에 초록우산을 찾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고인과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해 본부에서 마지막 고별의 시간을 마련했다.

초록우산 홍보대사 송일국이 영정을 들고 장례위원들과 함께 본부에 들어서자 임직원 300여 명이 고개를 숙이며 고인을 맞았다. 이어 고인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직원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직원 대표는 ‘어른은 어린나무를 버텨주는 큰 나무가 되어야 한다’던 고인의 말을 떠올리며 “그 큰 나무가 후원회장님이었다. 이제 저희가 그 자리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후 장례위원들의 헌화와 임직원들의 배웅 속에 재단에서의 고별 절차가 마무리됐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고 최불암 전국후원회장님은 연기로 보여주신 좋은 어른의 모습을 실제 일상으로 이어가신 분”이라며 “고인이 평생 실천하신 나눔은 수많은 어린이에게 희망이 되었고, 우리 사회에 오래 기억될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고 했다.

이어 “어린이를 향한 고인의 사랑과 헌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그 뜻이 더 많은 이들의 나눔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모든 어린이가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언제나 어린이 곁에 있는 초록우산이 되겠다”고 말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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