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는 투수 글러브대신 격투기용 글러브를 끼었고, 마운드대신 링에 섰지 승부욕은 여전했다. 프로야구 선수에서 MMA 파이터로 변신한 서의태(29)는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을 알렸다.
서의태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도무스 압구정에서 열린 ‘도무스 28’에서 진행된 무제한급 경기에서 ‘싱어송파이터’ 허재혁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종합격투기 전적 4승 5패의 쉽지않은 상대를 맞아 난타전을 벌인 끝에 심판 만장일치 판정승을 이끌어냈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그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간신히 숨을 돌린 그는 “솔직히 야구할 때보다 덜 긴장됐다”며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1군 데뷔전보다 덜 떨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
먼저 선수 소개가 된 이후 링 위에서 상대 선수를 기다리는 그의 표정은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의 그것이라기보다 즐거운 놀이를 앞둔 어린아이의 표정같았다.
그는 “정말 설렜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와서 응원도 많이 해줬다”며 당시 느꼈던 감정을 털어놨다.
야구 선수로서 그의 커리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묵동초등학교(남양주리틀), 청량중학고,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2016년 2차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1순위에 kt 위즈에 지명된 그는 넥센 히어로즈(2018년), NC다이노스(2024년)에서 1군 12경기 등판, 8 1/3이닝을 던졌지만 평균자책점 12.96으로 부진했다.
2024년 겨울 호주프로야구(ABL) 퍼스에서 재기에 도전했으나 11경기 평균자책점 16.55로 부진했고, 2025시즌 2군에만 머물다 초라하게 은퇴했다.
그는 “야구할 때는 못하면 2군에 가야했다. 2군에서 못하면 집에 가야했다. 야구계에는 계속해서 잘하는 신인 선수들이 들어오기에 자리를 잡아야 내년이 보장됐다. 그래서 매 경기 부담감이 있었다. 1군에 올라갔을 때 내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부담감에 진 것이다. 심장이 약해서 그런지 준비가 안 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매 경기 부담감이 있었다”며 야구선수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격투기는 거의 모든 선수 경기를 다 챙겨볼 정도로 너무 좋아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하러 올라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부담감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즐길 수 있었던 거 같다”며 말을 이었다.
야구와 종합격투기, 둘은 완전히 다른 종목이지만 그렇다고 같은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는 “투수도 결국 타자와 일대일 싸움이다. 수싸움을 하게 된다. 격투기에서도 다리를 올리는 척하며 주먹을 내지르고, 주먹을 내지르는 척하며 발을 올리거나 니킥을 하거나 하는 점이 닮았다. 또한 회전하거나 이럴 때 순간순간 힘이 들어가는 장면에서 야구에서 훈련한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야구 선수 시절 했던 피지컬 트레이닝이 많은 도움이 돼서 기술적인 면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며 야구 선수로서 경력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프로 선수 시절 만났던 선배들이 찾아와 그를 응원했다. “네가 밥 먹고 격투기만 하는 사람들한테 되겠냐?”며 핀잔을 부던 형들이었지만, 막상 시합이 잡힌 뒤에는 맛있는 것도 사주고 사우나도 같이 가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원래 온다고 말도 안했는데 다 와있더라. 덕분에 큰 힘이 됐고, 덜 긴장하면서 즐길 수 있었다”며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담감을 덜고 즐기면서 했다고 하지만, 직접 경험한 종합격투기 무대는 장난이 아니었다.
“코치님이 나를 응원해주려고 하신 건지, 자신감을 주려고 하신 건지는 몰라도 ‘펀치 좋다, 무조건 걸리면 다 간다, 자신 있게 하자’고 하셨는데 오늘 상대한 허재혁 선수가 묵직하게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이 시뻘게지셔도 그냥 그대로 들어오시더라.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그는 “상대가 워낙 힘이 좋은 선수다 보니 지지 않으려고 힘을 많이 썼는데 그게 상대 작전이었던 거 같다. 1라운드에 내가 멀리서 하니 거리를 좁히며 체력을 빼려고 한 거 같은데 코치님이 그 부분을 다 준비시켜주셔서 대처할 수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상대 허재혁 선수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말을 나눴던 그는 “득녀도 하셨고 가족분이 안 좋은 일이 있다고 들어었는데 그런 일이 있으면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거 같다. 잠도 잘 못 주무셨을 것이다. 상대가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경기 해주셨고 덕분에 멋진 경기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끝나고 나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고, 허 선수도 ‘운동 계속 같이 하고 싶다’고 해주셨다”며 상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톰 아스피날, 김태인, 황인수, 최두호 등을 이상형으로 언급한 그는 “테크닉이 좋은 육각형 선수들을 동경한다. 힘도 있지만, 날카롭게 멋있는 펀치를 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며 파이터로서 동경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한 경기 이겼다고 다음 목표를 논하는 것보다는, 그저 다음 경기 잘 준비해서 이기고,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격투기 선수로서 포부를 드러냈다.
[서울 압구정= 김재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