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유럽 진출 꿈, 상무에서 키운다”

[매경닷컴 MK스포츠(천안) 김재호 기자] 전역일이 얼마나 남았느냐는 질문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전역’이란 단어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걸 보니 그도 군인이 다 되어 있었다. 지난해 말 상무에 입대, 이번 시즌 상주 상무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김재성(29)을 만났다.



사진설명


▲낯선 곳에서 새로운 축구를 배우다





“축구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그는 상무에서 보낸 지난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어떤 선수든 새로운 팀에 가면 모든 것이 새로운 법. 그러나 상무는 더 특별했다. 처음 발을 맞춰보는 선수들도 많았다. 모든 게 낯설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선수가 자주 바뀐다는 사실이었다. 상무는 지난 3일 2010년 입대 선수들이 전역하면서 선수단 규모가 대거 축소됐다. 25명 남짓한 규모로 남은 시즌을 소화한다.

특별한 팀인 만큼, 그에게 요구하는 것도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축구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 오기 전에는 그라운드에서 자기 역할이 정해져 있었지만, 상무는 다르다. 공격수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하다. 누구 하나 경고 누적으로 빠지기라도 하면 누군가 대신 뛰어야 한다. 때문에 포지션을 한 경기에 네다섯 번씩 바꾼다. 이기고 있으면 수비로 내려가기도 하고, 지고 있으면 공격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다른 팀에서는 절대 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수비부터 최전방 공격까지, 안 뛰어 본 포지션이 없을 정도다. 흔히들 군대에 가면 인생을 배운다고 하는데,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축구를 배우고 있었다.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많다. 이 시간들이 쉽지만은 않다. 아직까지 내가 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거 같다. 변화에 충실히 따라가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지나고 나면 축구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 같다.”



지난 2월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김재성. 사진= 김현민 기자
지난 2월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김재성. 사진= 김현민 기자


▲상무는 꿈을 준비하는 곳



그는 이번 시즌 24경기에 출전했다. 중앙 미드필더를 보고 있는 하성민(26경기) 다음으로 많은 출전 횟수다. 7월 8일 있었던 친정팀 포항과의 원정 경기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스틸야드에 가서 평소 가던 홈팀 라커룸이 아닌 반대편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기분이 새로웠다. 홈에서 포항을 상대했을 때는 발목이 안 좋아서 경기를 제대로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다부지게 마음먹고 준비했다. 동료들에게 ‘한 번만 도와달라’며 부탁했다. 결과도 이겼지만, 내용도 좋았다. 가장 수비 전술이 완벽했던 경기였다.”

전역 선수들이 떠난 다음에는 더 책임이 무거워졌다. 남은 선수들 중에 나이가 제일 많다. 그라운드에 서면 동생들을 이끌어야 할 최고참 선수인 것이다.

“고참 선수로서 동료들에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강조한다. 앞서 전역하는 선수들을 보면 부담감이나 걱정이 느껴졌다. 원래 팀으로 돌아가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거 같았다. 그중에는 다음 시즌에 팀을 못 찾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의욕이 치솟고 있었다. 책임감도 책임감이지만, 새로운 꿈을 준비하는 마음이 그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제대 후에 나름대로의 꿈을 갖고 있다. 그 꿈이 있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디고 있다. 이걸 넘지 못하면 절대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전역할 때가 다가오면 올수록 의욕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다르다.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될 거 같다.”



포항 시절 김재성의 모습. 그는 상무에서 포항시절과 다른 축구를 배우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나의 꿈, 유럽 진출



2년 조금 모자란 시간 동안 준비하고 있는 그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갖고 있는 계획을 꺼내들었다.

“K리그,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모두 우승해봤다.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은 다 얻은 것이다. 이제는 유럽에 나가보고 싶다. 유럽 무대를 경험하지 않고 은퇴하면 정말 후회할 거 같다. 나중에 지도자가 돼서 가르치는 선수들에게 유럽 축구가 어떻다고 알려주고 싶다. 경험하지 못하고 얘기해주면 선수들이 ‘경험도 못했으면서 어떻게 아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런 소리를 듣기가 너무 싫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여름이었다.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그를 PSV 아인트호벤 등 몇몇 유럽 구단이 주목하고 있었다. 꿈에도 그리던 유럽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상무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걸릴 것이 없어진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상무에서 축구한 경험이 나중에도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아직 군대를 못 간 후배들에게도 오래 내다보고 축구를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공익근무 요원같이 다른 선택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 선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 내다보고 생각하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마음의 문제다. 똑같은 2년의 세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걸림돌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기회일 수 있다. 그에게 상무에서 보내는 시간은 새로운 꿈을 준비하는 시기다. 일병 월급 8만 8200원의 몇 백 배의 가치를 지닌 값진 시간인 것이다.

[mksports@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더보이즈 소속사 “주학년 허위 주장 법적 대응”
주학년 “불법 NO…더보이즈 탈퇴=소속사 강압”
이윤미 반얀트리 수영장 시선 집중 섹시 핫바디
여자테니스 전미라, 우월한 비율&탄력적인 볼륨감
슬럼프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선발제외…휴식요법?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