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리’ 사태 만든 WKBL의 이상한 해외동포규정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사기꾼 하나에 여자농구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위조 문서 하나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첼시 리(27) 사태가 여자 농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첼시 리는 지난 2015-2016시즌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뛴 해외동포 선수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로 첼시 리의 정체는 해외동포가 아닌 그냥 외국인이었다. 위조된 서류만 믿은 하나은행 구단은 물론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까지 바보가 됐다. 조부모 중 한명이 한국인이면 해외동포 자격을 부여하는 WKBL의 이상한 규정이 일을 키웠다는 시선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첼시 리가 제출한 자신과 아버지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첼시 리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아 미국 사법당국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고 회신이 올 때까지 기소중지했다. 첼시 리는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이유 덕분에 외국인이 아닌 해외동포로 국내 무대를 밟았다. WKBL은 2006년부터 부모나 조부모가 한국인이면 국내 선수와 같은 자격을 준다. 이는 남자 프로농구(KBL)보다 범위가 넓어 논란이 일었다. KBL는 과거 부모만 한국인이어야 국내선수와 같은 자격을 부여했다.

여자농구가 조부모까지 범위를 넓힌 데는 점점 저변이 줄어드는 국내 여자농구 현실과 맞물려 있었다. 리그 활성화와 저변 확대가 그 취지였다. 이 제도를 통해 김한별(킴벌리 로벌슨) 등이 특별귀화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허점은 분명했다. 바로 조부모까지 범위를 넓힌 데 있다. 앞서 언급한 김한별은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조부모는 확인하기가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사실 첼시 리 영입을 타진하는 구단은 많았지만, 불분명한 혈통 논란 때문에 영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었다고 주장하다가 돌연 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말을 바꿨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도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에이전트를 통해 입수한 첼시 리와 첼시 리의 아버지의 출생증명서, 그리고 첼시 리의 할머니의 사망확인서를 WKBL에 제출했다. 이후 WKBL이 관련 서류를 공개하면서 첼시 리의 혈통 논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WKBL의 설명은 구구절절했다. 첼시 리의 부모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난 첼시 리는 입양된 가정에서 자라 부모, 조부모 관계를 확인하기 쉽지 않았는데, 공증을 받아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위조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국내 선수와 같은 자격을 받은 첼시 리는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개인상을 휩쓸고, 만년 최하위 하나은행은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더 나가서 특별귀화로 국가대표팀 합류까지 추진됐다. 이는 첼시 리의 서류가 가짜라는 사실이 들어나면서,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오히려 관계자들은 사법처리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WKBL은 뒤늦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수등록 관련 서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관련 규정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을 참관하고 있는 신선우 WKBL 총재도 일정을 변경, 귀국하기로 했다. 신 총재가 귀국하는대로 WKBL은 재정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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