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2009년 빅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다. 큰 부상도 몇차례 있었고, 잘못된 선택으로 시련도 겪었다. 그리고 7년 만에, 그렇게도 원했던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LA에인절스의 최지만은 2005년 추신수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오른 한국인 야수가 됐다.
운과 실력이 모두 따랐다. 에인절스는 1루와 좌익수를 소화할 수 있는 좌타자가 필요했고, 최지만은 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도중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복귀 후 트리플A 18경기에서 타율 0.298 OPS 0.824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에인절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룰5드래프트를 통해 에인절스로 이적했다.
시범경기 28경기에서 타율 0.209(67타수 14안타)에 그쳤지만, 수비 능력을 인정받아 개막 로스터에 합류했다. 꿈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치열한 생존 경쟁이었다. 개막 후 선발 6경기를 포함해 14경기에서 24번의 타격 기회가 있었지만 안타 한 개를 뺏는데 그쳤고, 결국 5월 1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웨이버된 뒤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여기서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트리플A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좋은 타격감을 보이던 그는 7월 주전 1루수 C.J. 크론이 팔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으며 다시 콜업됐다. 우타자 제프리 마르테와 1루 자리를 나눠 맡으며 꾸준히 출전했다. 그 결과 조금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29경기에서 타율 0.190(84타수 16안타) 5홈런 12타점 OPS 0.675의 성적을 기록했다.
마무리는 조금 아쉬웠다. 크론이 복귀했고, 좌익수 자리에서는 또 다른 좌타자 닉 버스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입지가 줄어들었다. 결국 8월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던 그는 확장 로스터 시행에 맞춰 다시 올라왔지만, 11경기에서 12타석에 들어서는데 그치며 10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선발 출전 경기는 단 한 차례 있었다.
빅리거의 꿈을 이룬 그의 앞에는 '꾸준한 기회'라는 또 다른 꿈이 놓여 있다. 2017년 그는 또 다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꿈을 이룬 그의 앞에는 꾸준한 기회와 출전이라는 새로운 꿈이 놓여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2016년 최지만 베스트 경기 3선(한국시간 기준). 1. 7월 19일 텍사스 홈
막 꾸준히 기회를 잡기 시작한 그가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터트린 날. 5회 선두타자로 나와 A.J. 그리핀을 상대로 우측 담장 넘어가는 홈런을 때렸다. 홈런보다 화제가 됐던 것은 그 이후 그가 '침묵 세리머니'에 대처한 자세다. 동료들은 메이저리그 전통에 따라 더그아웃에 들어온 그를 일부러 '모른척' 했는데, 최지만은 허공에 대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유쾌한 세리머니로 대응했다. 팀이 8-6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그의 홈런도 더욱 빛났다. 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은 수훈 선수 인터뷰에 그를 끌고 나오기도 했다.
2. 8월 4일 오클랜드 홈
타석에서는 안타없이 볼넷 2개와 타점 1개를 기록하며 평범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8회 1사 만루에서 라이언 힐리의 유격수 땅볼 때 2루에서 1루 주자를 아웃시킨 클리프 페닝턴이 1루에 송구를 했는데, 이것이 약간 빗나가자 다리를 일자로 뻗어 간신히 공을 잡았다. 이 장면에서 실점없이 넘어간 에인절스는 9회 터진 알버트 푸홀스의 끝내기 2점 홈런으로 8-6 승리를 거뒀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유연성을 칭찬했다.
3. 8월 5일 오클랜드 홈
그러나 4일 보여준 '다리찢기'는 다음 날 활약에 대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이날 그는 상대 선발 제시 한을 상대로 2회 솔로 홈런, 3회 3점 홈런을 때리며 메이저리그 데뷔 첫 멀티 홈런, 4타점 경기를 기록했다. 5회 바뀐 투수 잭 닐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좌측 방향 큰 타구를 날렸지만, 상대 좌익수 코코 크리스프가 담장 위로 몸을 날려 타구를 잡으면서 3홈런 경기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