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 김상수 “돌아올 현희-상우에 뺏길 수 없죠”

[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2년 만에 홀드왕(한현희→이보근)과 세이브왕(손승락→김세현)을 배출했다. 새 얼굴인데 그렇다고 완전 새 얼굴은 아니다. 기존 선수들의 재발견과 함께 뒷문이 단단했다. 넥센의 기대 이상 선전 배경이다. 그렇다고 둘이 다 한 건 아니다. 타이틀은 못 땄지만 그들과 함께 빛났던 ‘소금’ 김상수도 있었다.

시즌 전만 해도 김상수는 크게 관심 받지 못했다. 5선발 경쟁 후보서 앞서지 못한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롱릴리프. 그러나 묵묵히 제 역할을 하던 그는 승리조로 격상됐다. 그렇게 67경기에 나가 6승 5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홀드 부문 3위다.

‘맞는 옷’을 찾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정작 김상수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는 “보직은 내가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주셔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조차 놀랐다. 이렇게 삼진(74이닝 76개)을 많이 잡을 줄도 몰랐다”라며 “주변에서 ‘불펜 체질’이라고 말하더라. 잘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승리조를 맡으면서 ‘내가 넥센의 한 축을 맡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2006년 프로 입문 후 11년 만에 거둔 개인 최고 성적이다. 경기, 승리, 홀드, 평균자책점, 이닝, 삼진 등 모든 면에서 가장 많이, 가장 좋게 기록했다.

하지만 김상수는 만족하지 않는다. 승리조라면 평균자책점을 더 내리고 패전도 줄여야 한다. 김상수는 “1년 전만 해도 ‘충성’을 외치고 있었다. 상무 시절 열심히 준비했던 게 주효했다”라면서 “평균자책점이 높고 패전도 많다. 아무리 타고투저의 흐름이라 해도 승리조라면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올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패전은 승리의 50%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무실점 경기가 많지만 간혹 대량 실점을 할 때가 있다. 김상수가 흔들리는 날은 넥센이 위험하다는 것. 그는 “1경기 부진해 와르르 무너지면 평균자책점을 회복하는데 1달이 걸리더라”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7월 부진을 아쉬워했다. 월간 평균자책점이 7.59(10⅔이닝 9실점)로 가장 나빴다. 5경기 연속 실점했고 월간 피안타율도 유일한 3할대(0.380)였다.

김상수는 “7월이 너무 안 좋았다. 시즌을 돌이켜보면 그때가 가장 아쉽다”라며 “체력 및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승리조라서 나의 부진으로 팀이 역전패를 할 경우 일주일동안 힘이 든다. 죄책감이 생기고 위축이 된다.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공을 다시 잘 던지려면 일주일이 걸리는데, 7월에는 한 달 내내 그랬다”라고 전했다.

승리조는 첫 경험이다. 시행착오도 있지만 완주했다. 그리고 직접 부딪히고 이겨내면서 노하우도 터득했다. 김상수는 “1경기 부진해도 빨리 끊고 털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 이야기를 코치님,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다. ‘너 때문에 진 경기보다 이긴 경기가 더 많다’는 말을 들으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올해 기록만 봐도 21번은 더 이기는데 공헌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더라”라고 말했다.

김상수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30홀드였다. 전반기까지 17홀드로 좋은 페이스였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4개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김상수는 “잘 풀릴 때는 한 주에 3홀드씩 기록했다. 하지만 내가 힘이 떨어져 홀드 기회를 놓쳐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처음이라 그랬지만, 이제는 경험도 많이 쌓았다. 불펜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다. 내년에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내년 김상수의 목표가 30홀드는 아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홀드보다 평균자책점(+패전)이다.평균자책점은 팀 성적과도 연결되는 면이 있다.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는 “최근에는 각종 지표가 많다. 투수의 가치도 기록적으로 나타난다. 무엇이 가장 좋은 가치일까. 결국 가장 좋은 투수는 실점하지 않는 투수다”라고 강조했다.

김상수는 프로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사진=MK스포츠 DB
김상수는 지난 14일 오후 TV를 시청하면서 김세현과 이보근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함께 고생했기에 누구보다 더 기뻤다. 그는 “누구도 내가 이렇게 많은 홀드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타이틀 욕심은 없었다. (이)보근이형과 경쟁했던 게 더 큰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건전한 경쟁은 성장의 밑거름이다. 김상수는 새로 시작하는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넥센의 마운드는 내년 더 높아진다. 통산 75홀드의 한현희와 30홀드의 조상우가 부상을 털고 복귀한다. 내부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상수는 “후배들의 성장은 내게 좋은 자극제다. 덕분에 내가 더 열심히 하고 강해지는 것 같다. (한)현희와 (조)상우가 돌아왔다고 자리를 뺏길 수는 없다. 둘이 너무 빨리 자리를 잡는 게 독이 될 수 있다. ‘내 자리를 형들이 차지했으니 되찾아야지’라는 위기의식도 심어줘야 한다. 경쟁은 당연하다. 그렇게 돼야 팀이 강해진다”라고 밝혔다.

어느 정도 이뤄내면 자연스레 기대감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2016년의 김상수보다 2017년의 김상수를 향한 시선이 그렇다. 안주하지 않는다. 그 역시 ‘업그레이드’를 공언했다.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는 김상수는 “현 위치에 안주하면 안 된다. 올해보다 더 변화를 주려고 한다. 내년이면 서른(1988년생)이다. 멋진 마무리를 꿈꾸면서 7,8년 후까지 방향을 설정하고 한 단계씩 올라서고자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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