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초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64)은 한국 야구계 최고 ‘거물’인 김응용 야구학교 총감독(75)과 맞서게 된 이번 선거에서 최선의 정책 대결을 벌이기 힘든 현실을 호소한다. 이번 선거는 닷새의 짧은 선거운동 기간(25일~29일) 동안 대면 선거운동이 금지되고 전화-통신-포스터만을 활용할 수 있다. 이 후보로선 오랜 기간 준비한 스스로의 공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김 후보의 ‘인기’에 밀리는 구도를 걱정할 수도 있다.
이 후보가 제안하는 ‘공개 토론회’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기본 방침과 선거전 막판에 뛰어든 김 후보의 전략 상 성사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야구계의 오랜 숙원인 아마야구 바로세우기의 초석이 될 수 있는 두 후보의 공약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후보는 나란히 10대 공약을 내걸었다. 기호 1번 이 후보는 지난 14일 야구토크콘서트를 열고 10대 공약을 발표했고, 지난 22일 출사표를 던졌던 기호 2번 김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25일 10가지 공약을 내놓았다. 공약 소개 순서는 후보의 기호 순이다.
통합 아마야구협회장 선거에 나선 기호 1번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과 기호 2번 김응용 야구학교 총감독은 나란히 10대 공약을 내걸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김응용 후보 선거 포스터
▶ 협회운영의 탈정치 vs 야구계 대화합 대의를 품은 두 후보의 출마 이유를 설명하는 첫 번째 공약은 두 후보의 승부수다.
이 후보는 그의 최대 약점이 될 수 있는 ‘정치인 출신’의 꼬리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협회운영의 탈정치’를 내세우면서 협회장 자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는 공정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협회 운영의 기본 가치로 강조했다.
한국 야구계가 내세울 수 있는 ‘인물론’ 최고 후보인 김 후보는 그의 강점을 십분 어필하는 1번 공약을 내놓았다. ‘야구계 대화합’의 기치 아래 국민에게 사랑받고 야구계에게 신망 받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마, 사회인야구, 소프트볼, 생활체육까지 아우르는 범 야구계를 이끌고 프로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물로 더 강한 카드를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 ‘109(백구) 후원 클럽’ vs 20억원 책임 펀딩
그동안 산적한 난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대한야구협회의 가장 큰 숙제인 건전한 재정, 충분한 재원 확보 방안은 이번 공약 대결의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기업인 출신인 이 후보는 사재 10억원 출연을 기본으로 다수의 후원자를 모집해 모금액 109억원을 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이른바 재단법인 ‘109(백구) 클럽’ 결성에 대한 청사진이다. 현대자동차, 현대카드 등 굵직한 대기업의 CEO를 거친 이 후보는 “좋은 의도와 투명한 운영이 담보된다면 기꺼이 거액을 내놓을 수 있는 선한 자산가들을 많이 알고 있다”면서 세일즈와 모금에 관한한 내공의 깊이가 있음을 자신했다.
레이스 막판에 뛰어든 김 후보에게는 이 부분의 구체적인 설계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우려대로 특별한 공약이 나오진 못했다. 총 20억원의 협회 살림을 사재, 정부지원유도, 기업협찬 및 야구계, KBO의 협력 등으로 꾸려가겠다고 했다. 전신 KBA의 펀딩 루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
▶ 실업팀-사회인야구팀 확대 vs 고교-대학팀 확대
아마야구의 저변확대와 선수들의 기회확대(진로 확대)는 두 후보 모두의 관심사다. 그러나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는 두 후보가 미세하게 달랐다.
이 후보는 4개 실업팀 창설, 6개 사회인팀 지원, 사회인야구장 확보와 용산 미군기지내 야구장과 소프트볼 전용구장 존치 관련 공약을 2번으로 내세워 아마-프로 상생안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이 후보는 “고교-대학 졸업선수 중 프로에 입단하지 못하는 대다수 성인 선수들의 기회 확대에 우선적인 관심이 있다. 앞길이 열려야 어린 선수들을 모을 수 있다”면서 프로의 대안, 아마야구의 진로 다양화를 더 급한 과제로 봤다.
반면 김 후보는 ‘임기내 고교팀 100개, 대학팀 40개 확대’로 아마야구의 저변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정책 관련 첫 번째 자리인 3번 공약으로 밀어 올렸다. 선수 부족과 육성 시스템의 부실함을 호소하는 현장 야구인들의 오랜 갈증이 투영됐다. 트레이너를 양성하는 대학과의 MOU 체결을 통해 학교 야구팀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덧붙였다. 김 후보는 실업팀 창단 유도와 사회인 야구 활성화 관련 공약은 9번, 10번에 넣었다.
▶ 야구 대표팀 브랜딩 vs 국가대표 상비군 제도 활성화
야구소프트볼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20도쿄올림픽을 향한 두 후보의 공약에는 각자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영자 출신인 이 후보는 일본의 ‘사무라이 재팬’과 같은 국가대표팀의 네이밍을 공모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대표팀 후원계약을 맺겠다는 사업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프로팀 감독만 스무해를 넘긴 지도자인 김 후보는 국가대표 상비군 제도를 활성화하고 기술위원, 심판, 지도자들의 국제무대 파견을 확대해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전력 중심의 설계를 짰다.
▶ 협회의 행정서비스센터化 vs 미디어친화적인 협회
협회의 대외역량 강화는 전신 대한야구협회가 가장 부족했던 부분 중 하나였던 만큼 두 후보 모두의 관심사다.
이 후보의 공약에는 협회내 민원센터를 설치하고 행정을 전산화하며 선수, 지도자, 학부모 등에 대한 행정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협회를 군림하고 통치하는 조직이 아닌 “최고의 서비스센터로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구상은 공정하고 투명한 협회 운영의 기본적인 틀이 된다.
재정 관련 공약에서부터 대외 협력 역량이 크게 중요해 보이는 김 후보의 공약에는 미디어의 참여와 관심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미디어 프렌들리’ 공약이 포함됐다. 아마야구의 TV중계를 확대하고 언론 노출 기회를 확충하겠다며 적극적인 마케팅 의지를 보였다. 뉴미디어 컨텐츠 제작을 통해 보다 많은 야구팬에게 다가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기업계와 KBO,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폭넓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꼭 필요할 노력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