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타짜’ 김재박 vs ‘각당구’ 송진우, 불꽃 튀었던 당구대결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안준철 기자] “당구대가 커서 어떨는지 모르겠네.”(김재박 KBO 운영위원)

“300칩니다. 거짓말 아닙니다.”(송진우 KBS N스포츠 해설위원)

27일 제2회 매경배 전국 직장대항당구대회 결선이 열린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는 야구장에서 만날 수 있는 레전드 4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김재박 전 LG트윈스 감독과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송진우·조성환 KBS N 해설위원이었다. 이들은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일전 역전승의 주역인 김재박·한대화 감독이 짝을 이루고, 송진우·조성환 위원이 한 팀으로 이날 매경배 준결승 중간에 이벤트 경기를 치렀다.

관심을 모은 이는 김재박 전 감독. 김 감독의 당구실력은 야구계뿐만 아니라 당구계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공인 당구 점수가 무려 700점이다. 어린 시절 김 감독은 당시 집에서 당구장을 운영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회관계자도 “오래전부터 섭외 1순위였는데, 처음 이런 공식대회에 나오셨다”며 김 감독의 당구실력에 기대하는 눈치였다. 베일이 걷힌 김재박 감독의 당구실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당구 친 지 오래돼서...”라며 “당구대도 커서 잘 맞을지 모르겠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돌입하자, 어려운 공도 손쉽게 툭툭 맞히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또 손목 힘을 이용해 돌려서 맞히는 고난이도 기술도 선보였다.



이에 맞서 송진우 위원도 만만치 않는 솜씨를 드러냈다. 자신의 당구를 ‘각당구’라고 소개한 송 위원은 당구공이 지나가는 길을 미리 설정해서 정확한 각을 만들어냈다. 왼손으로 치기 때문에 자세가 나오지 않음에도 침착하게 공을 맞혔다.

이에 비해 한대화 전 감독은 생각처럼 공이 맞지 않는지 한숨이 연거푸 나왔다. 조성환 위원은 초반 공이 잘 맞지 않았지만, 중반 이후 연속 득점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종스코어는 20-9로 송진우·조성환 팀이 이겼다.

전국 아마추어 직장 당구 고수들이 총출동해 최강자를 뽑는 제2회 매경배 직장대항 당구대회 결선이 27일 밀레니엄 힐튼 호텔 특설 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준결승에 앞서 열린 이벤트 경기 전 한국야구위원회 위원 김재박, 한대화, 조성환,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옥영화 기자
물론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만나기 쉽지 않은 야구인들끼리 당구 대결로만으로도 즐거워보였다. 김재박 감독은 “이벤트 경기라도 관중도 있는 공식대회에서 당구를 쳐보는 것은 처음이다. 긴장도 많이 됐다”면서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치 않다. 오랜만에 후배들과 당구 한 게임 쳐서 즐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대화 감독은 “민폐를 끼친 것 같다”면서도 “당구대가 커서 적응이 안 되더라. 즐겁게 친다고 했는데 김재박 감독님한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송진우 위원은 “우리 때는 당구를 정말 많이 쳤다. 당구 인기가 좀 시들한 것 같았는데, 최근 들어 다시 인기가 높아진다니 반갑다”며 “그래도 한 살이라도 어린 후배들이 이겼는데,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성환 위원도 “이런 자리에 낄 수 있는 것 자체로도 영광이다. 대선배님들과 함께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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