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음악 여행] 호프먼의 등장을 알렸던 "지옥의 종소리"

"난 널 지옥으로 보내줄 종을 갖고 있어!"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갖는다. 홈팀은 이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무리 투수가 등장할 때 특히 더 웅장한 노래를 틀어 상대의 기를 죽인다.

에릭 가니에가 불펜 문을 열고 나올 때 '게임 오버(Game Over)'라는 문구와 함께 다저스타디움에 울려퍼진 '웰컴 투 더 정글(Welcome to the Jungle)', 마리아노 리베라의 등장곡이었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 등을 떠올린다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호프먼은 현역 시절 601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중에서도 이번 시간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마무리 투수였던 트레버 호프먼이 사용한 AC/DC의 '헬스 벨(Hells Bell)'을 소개하고자 한다. 호주 출신 락밴드 AC/DC가 1980년 발매한 '백 인 블랙(Back in Black)' 앨범에 수록된 이 노래는 종소리와 함께 묵직한 기타 연주가 이어지는 곡이다. 이들은 원래 영국 레스터셔 지방에 있는 전쟁기념관의 종소리를 노래에 사용하고자 했지만, 종탑에 있는 비둘기떼 때문에 소리가 제대로 녹음되지 않자 모조품을 만들어 녹음에 사용했다는 후문이 있다.

호프먼이 이 노래를 사용한 것은 1998년부터였다. 그해 샌디에이고는 전성기를 누렸다. 케빈 브라운, 그렉 본, 켄 캐미니티 등이 팀을 이끌고 있던 시절이다. 호프먼은 뒷문을 책임졌다. 54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단 한 개의 블론세이브만을 남겼다.



호프먼은 1997년 8월 24일부터 연속 경기 세이브 기록을 이어갔다. 1998년 7월 25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서 로드 벡이 세웠던 연속 경기 세이브 기록 41경기에 도전했는데,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헬스 벨'이 등장 음악으로 사용됐다. 이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벡과 타이를 이뤘다.

'헬스 벨'은 하루만에 그의 등장음악 목록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다. 하루 뒤 같은 팀과의 경기에서 모이세스 알루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그해 유일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것. 당시 현지 유력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WWF 레슬링에서나 어울릴 등장이었다"며 호프먼의 등장 음악에 대해 혹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파드레스와 호프먼은 이 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는 '지옥의 종소리'라는 멋진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 1998년 53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48의 성적을 낸 호프먼은 2010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통산 601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가 경신할 때까지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지난해 7월 펫코파크에서 열린 올스타 게임에서 게임볼 전달을 위해 등장한 호프먼. 당연히 등장 음악은 헬스 벨이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호프먼의 활약 덕분에 이 노래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잡았다. 'ESPN' 등 현지 언론은 지난 2010년 7월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존 포거티의 1985년 발표곡 '센터필드(Centerfield)'가 기념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명예의 전당으로 향해야 할 노래중 하나로 이 곡을 언급했다. ESPN은 당시 기사에서 "파드레스 구단이 이 메탈 클래식 곡을 호프먼이 마운드에서 불펜까지 뛰어갈 때 틀면서 야구에서 인기 있는 노래로 만들었다"고 평했다.

2016년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을 얻은 호프먼은 이번 년도 투표에서 기준선(75%)에 단 1%가 부족해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가까운 미래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하다. 그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때 이 '지옥의 종소리'가 쿠퍼스타운에 울려퍼진다면 얼마나 멋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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