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호의 마운드 고민, 경쟁력은 확인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기 전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투수’였다. 얼마나 준비가 된 상황에서 어떻게 운영할 지가 고심이었다. 열흘 후 약간은 그 시름을 놓았다.

김 감독은 마운드가 안정돼야 2017 WBC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2번의 WBC(2006·2009년), 1번의 프리미어12(2015년) 등 주요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축적된 그만의 노하우다.

지난 12일 출국하면서 그는 “과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투수의 힘이 컸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전지훈련을 투수에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밝혔다.

19일 요미우리전에서 득점권 주자는 곧 실점이었다. 하지만 22일 요코하마전에는 여러 차례 실점 위기에도 실점을 최소화했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투수는 야수보다 사정이 복잡했다. 개개인의 준비 속도의 차이가 컸다. 몇몇은 크고 작은 통증도 있었다. 엔트리도 한 자리(임정우→임창민)를 교체했다. 활용 가능한 자원이 한정되면서 연습경기도 3번에서 2번으로 줄었다. 할 일도 많았다. 선수 개개인의 몸 상태, 구위, 구속, 제구 등을 체크해 WBC 마운드의 윤곽을 짜야 했다. 선발 장원준, 양현종-마무리 오승환 같은 어느 정도 틀은 짰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다듬어야 했다.



변수까지 발생했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은 임정우는 하차했고, 하프 피칭도 안 한 임창용의 준비과정은 가장 느렸다. 선발투수로 쓰려던 이대은도 빠른 페이스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22일 요코하마전에서 강했던 출전 의지와 달리 그가 던진 공은 강하지 않았다.

불안 요소가 있다. 그에 따른 우려가 있다. WBC 공인구는 아직 낯설다. 보름 빨리 몸을 만들지만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2번의 연습경기에서 적어도 마운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매우 깔끔한 건 아니지만 점차 나아졌다.

2경기에서 18이닝 동안 7실점을 기록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3.50이다. 6회 이후 5점을 내줬다. 뒷심이 부족했다. 요코하마전에는 8회 1점차 리드를 못 지켰다. WBC는 투수당 투구수가 제한돼 있다. 따라서 불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 점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온전히 투수의 책임은 아니었다. 실점 과정에서 야수의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장면이 있었다. 김 감독도 그 점을 짚었다. 요코하마전 실점을 3점이 아닌 1점으로 줄일 수 있었다.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제구가 높게 형성된 투수가 몇몇 있다.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기도 하나 낯선 공인구 때문이기도 하다. 요미우리전(8개)보다 요코하마전(11개)의 피안타가 더 많았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시작하자마자 안타 2개와 번트 1개로 실점했지만, 그 이후 7회까지 버텨냈다. 1회말 2사 1,3루-2회말 2사 2루-4회말 2사 2,3루-6회말 2사 2,3루-7회말 2사 1,2루 등을 모두 막았다. 요미우리전은 득점권에 주자가 나간 3번의 이닝(4회·6회·8회)에서 모두 실점했다. 차이가 있다. 위태롭긴 했지만 버텨냈다는 게 의미가 있다.

장원준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피칭을 펼친 투수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WBC 대표팀은 선발, 불펜 운용안도 어느 정도 짰다. 장원준, 양현종과 선발투수 트리오를 이룰 3번째 카드는 우규민으로 좁혀졌다. 차우찬을 가장 중요한 역할인 2번째 투수로 쓰면서 이대은을 2라운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3명의 선발투수는 합격점을 받았다. 장원준은 3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가장 돋보였다. 양현종이 다소 제구가 흔들렸지만, 슬로 스타터의 개인 특성과 첫 실점을 고려해 무난했다. 우규민도 2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불펜에선 이현승과 심창민이 눈에 띄었다. 둘 다 요코하마전에서 탈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1이닝을 끝냈다. 요미우리전에도 원종현이 깔끔한 피칭을 펼쳤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통해 마운드의 경쟁력을 시험했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김 감독도 나름 만족했다. 마운드는 이번에도 난관을 돌파할 가장 큰 무기다. 야구에서 배트는 믿을 게 못 된다.

일희일비할 단계는 아니다. 초점은 어차피 2017 WBC 1라운드다. 그 가운데 마운드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특별히 안 좋은 선수는 없다. 체력으로는 80% 이상 만들어졌다. 이제부터는 감각을 익히고 제구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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