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손현지 기자]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8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개봉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개봉 8일 만에 누적관객수 150만 명을 넘겼다. 손익분기점은 230만 명이다. 현재 상황을 유지한다면 쉽게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 평가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 중 원작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영화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자의 기억법’은 호평을 얻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어떻게 해서 입소문을 타게 됐을까.
개봉 전 연기력이 제대로 검증 되지 않은 설현, 영화로는 크게 좋은 성적을 거둔 경험이 없는 김남길 그리고 최근 출연한 영화들 모두 흥행 참패를 맛 봤던 설경구까지. 세 사람의 조합은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이돌 출신답지 않게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설현과 살을 찌우면서 자신만의 태주 캐릭터를 구축해나간 김남길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번 영화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설경구다.
영화 ‘소원’ 이후로 출연한 영화에서 모두 쓴맛을 봐야했던 설경구는 이를 악물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역할을 위해 분장이 아닌 스스로가 노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10kg을 감량하는 혹독한 다이어트 끝에 설경구는 완벽히 늙은 병수 역에 녹아들었다. 설경구는 액션신 거의 대부분을 스턴트맨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촬영하는 투혼까지 선보였다. 연기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살인자이자 알츠하이머 노인 설경구의 딸을 지키려는 열망은 영화가 흘러가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흥행에 한 몫 한 것은 배우의 연기뿐만이 아니다. 신선한 소재와 원작 소설을 이미 접한 사람들도 예측 할 수 없게 만드는 극의 전개 또한 한 몫 거들었다.
몇 십 년 전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던 살인마가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평범하게 딸과 함께 살아간다. 살인 사건이 난무하는 시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여기에 신선한 소재가 더해졌다. 무자비한 살인마가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려 기억이 온전치 못 한 상태라는 점이다.
‘구타 유발자들’ ‘세븐 데이즈’ 등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은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부정(父情)이라는 감동 코드를 얹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살인마 아버지가 딸을 지키려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아이러니한 감동을 선사한다.
원신연 감독은 “원작 소설과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증명해 보이듯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전개로 보는 내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원신연 감독은 영화의 큰 흐름은 원작과 다를 바 없으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별을 뒀다. 원작에서는 냉랭한 부녀 사이가 극 중에서는 누구보다 돈독하고 끈끈한 부녀 사이로 그려진다. 덕분에 아버지 병수가 딸 은희를 필사적으로 지키는 데에 타당성이 더해졌다. 병수가 살인을 저지른 대상 또한 죽어 마땅한 자들로 만들었다. 관객들로 하여금 병수의 살인에 관한 약간의 이해를 얻게 만든 것이다. 태주의 역할 또한 원작에서 보다 확대 됐다. 이같이 감독의 손에서 만들어진 디테일한 이야기들은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한다.
또한 원신연 감독은 촬영을 하며 새롭게 찍고 싶은 장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촬영했다. 다양한 장면을 촬영한 덕에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했다. 그에 따른 결말은 무려 26가지나 만들어졌다. 그 중 선택 된 것이 지금의 결말이다.
감독과 배우들의 이런 노력을 관객들이 알아주기라도 한 듯 영화는 흥행 노선을 타고 흘러가는 중이다.
과연 바짝 추격하는 외화들을 제치고 ‘살인자의 기억법’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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