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음악방송(이하 음방)은 새 음반을 내고 활동을 펼쳐야하는 가수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스케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를 꼬박 묶이는 스케줄에도 가수들이 음방 출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가요계는 한 달에도 약 30팀 이상의 신인이 데뷔한다. 그런데 한 음방에 출연 할 수 있는 가수는 20팀 안팎. 여기에 컴백 가수들 까지 가세를 하면 음방 출연을 위한 싸움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흔히 말해 ‘인기 있는 가수’들 간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하다. 가요 관계자들을 만나 음방 출연의 뒷이야기, 또 은밀하게 진행되는 그들의 ‘기싸움’을 취재했다.
◆ 사전녹화는 과연 특혜인가 사전녹화(이하 사녹)는 생방송에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하기 위해 미리 녹화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녹이 음방에서 필수로 자리 잡게 된 시기는 지난 2005년 ‘희대의 사건’이 발행한 후 부터다.
한 음방의 경우 지난 2004년 가을부터 2005년 봄까지 사전 비공개 녹화로 진행했으나, 당시 생방송이 전해주는 열기, 순위 발표 때의 긴박감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생방송 형식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2005년 8월 공중파 TV 사상 초유의 전라노출 방송사고를 일으킨 인디 밴드로 인해 각 방송사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때부터 방송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사녹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됐는데, 최근에는 그 의도가 변질이 됐다는 주장이 크다.
방송 프로그램 섭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씨는 “사녹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딱 잘라 말했다. 잠시 뒤 다시 입을 뗀 그는 “요즘 이야기하는 듣보 기획사의 가수들은 사녹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음방 출연을 많이 한 베테랑, 인기 가수들 보다, 소형 기획사의 신인 가수들이 방송에서 실수를 할 확률이 더 크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은 인기 가수들만 사녹을 하는 상황이다. 사녹이 도입된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인기 가수를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 B씨는 “만약 월요일이 새 음반의 음원이 발표되는 날이라고 치자. 그럼 그 주 음악방송은 모두 사녹으로 성사시켜야 된다”며 “혹여 한 군데라도 사녹이 불발되면 해당 가수가 노발대발한다”고 힘든 현실을 밝혔다.
현재 사녹은 인기 가수들만의 특혜(?)로 전락됐다. 음방 측에서는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신인들, 생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사녹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또한 대부분 대형기획사에서 배출되는 신인의 이야기다.
물론 사녹이 가진 장점은 많다. 생방송으로 보여주기에는 팀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에 그 강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또 무대 전환에 필요한 타이밍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좋은 시스템이 어느 한 쪽으로만 크게 치우친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음악방송 무대 세트, 그것이 알고 싶다 음방 제작진 또한 골치 아프다. 한 주 내내 긴장의 연속이다. 방송 출연진과 무대 구성을 해야 되고, 방송 당일에는 각 팀마다 오디오, 조명, 카메라 동선, 콘티, 복장, 무대 장치를 체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 종합 드라이 리허설과 사전 녹화를 진행 등 할 일이 태산이다.
한 음방의 경우 월요일엔 그 주에 출연해야 할 가수들 캐스팅과 세트 회의, 화요일에 세트 확정을 한다. 이후 무대 콘티 작업, 무대 소도구팀과 가수들의 곡 콘셉트에 맞는 무대를 꾸리기 위한 회의 등 바쁜 시간을 보낸다.
특히 사녹을 진행하는 몇몇 팀은 별도로 세트를 지어야 되기 때문에 추가 회의를 해야 한다. 그 별도의 몇몇은 무엇일까. 바로 대형 기획사 아이돌 그룹, 인기 가수들의 데뷔와 컴백 무대를 뜻한다.
방송 3사를 포함해 각 케이블 음방은 매주 ‘페이스타임’ 혹은 ‘페이스미팅’이라 불리는 자리에서 기획사와 접촉을 통해 사녹, 세트 등을 확정 짓는다.
한 음방 작가 C씨는 “아주 페이스미팅 날이면 짜증이 나 죽는다”며 “제작비 문제도 있고, 시간문제도 있고 사녹을 하는 모든 팀에게 개별 세트를 해줄 수 없는 부분 아닌가. 그래서 어떤 팀에게 개별 세트를 못할 것 같다고 하면, 어깃장을 부린다”고 한탄했다.
이어 “나름 콘셉트에 맞는 조명과 무대 장치 등을 중점적으로 신경을 써서 세트를 완성시키면 대부분은 감사하다며 좋게 넘어가는데, 그게 아닐 때도 있다”며 “아무래도 소속 가수가 마음에 안 들었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것 같다. 그럴 때 참...”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또 다르다. 매니저 B씨는 “만약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비슷한 인기를 얻고 있는 두 팀이 있다고 치자. 이 두 팀이 같은 주에 컴백을 하게 됐는데, 한 팀은 사녹에 으리으리한 배경의 세트를 꾸미고, 또 다른 한 팀은 그냥 일반 무대에 오른다고 생각하면 그 누가 좋을 리가 있겠나”라고 강변했다.
현재 생방송과 사녹의 사이에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생방송을 지지하는 쪽은 ▲립싱크 ▲음악 순위 사전 조작에 대한 불신 ▲방송 검열로 인한 음악인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녹화를 반대한다.
반면 녹화를 지지하는 쪽은 ▲녹화 후 음악 후반 작업 용이 ▲방송사고 미연의 방지 등 다수의 장점을 들고 있다.
모두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현재 음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녹과 세트 무대의 행태는 애초 도입된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다.
[chanyu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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