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잠실 두산전에서 LG의 1점 차 승리를 지킨 고우석(21)을 향해 김용의(34)가 쓴소리를 했다. 면목이 없는 고우석은 고개를 숙였다. 이겨서 다행이었지, 안일한 플레이로 자칫 ‘대형사고’가 날 뻔했다.
고우석에게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6일 잠실 롯데-LG전을 관전한 이나바 아쓰노리(47)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은 “제2의 오승환”이라고 극찬했다. 일본 언론도 ‘고우석 경계령’을 보도했다. 그 후 첫 등판이었다.
사이렌이 울린 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의 공은 묵직했다. 최고 구속은 154km였다. 박세혁(29)과 김재호(34)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흠’이 생겼다. 김인태(25)의 타구를 1루수 김용의가 몸을 날려 잡았다. 장타를 막았다. 그러나 고우석의 베이스커버가 늦었다. 김인태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먼저 1루를 터치했다.
LG의 비디오판독 요청에도 원심이 유지됐다. 김인태의 내야안타로 기록됐으나 고우석의 미스 플레이였다. ‘산책 커버’라는 야구팬의 비판도 쏟아졌다.
고우석은 자책했다. 그는 “부끄럽고 창피하다. 기본기였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플레이였다. 주장 김현수 선배도 항상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주문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꼭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벤치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고우석은 “순간적으로 넋을 놓아 늦게 반응했다. 반사신경으로 움직였다면 바로 뛰었을 것이다. 전력으로 달려야 했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그렇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끝나야 할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고우석이었다. 그는 “내 발보다 (김인태 선수의) 손이 먼저 베이스에 닿는 게 보였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내가 뭐한 건지, (망치로) 머리를 쾅 맞은 기분이었다. 김용의 선배가 잘 막아줬는데 죄송했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2사 만루 등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아예 넘어가는 분위기였다”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래도 LG와 고우석에게 최악의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다. 숨을 고른 고우석은 대타 오재원(34)을 150km대 빠른 공 2개로 유격수 플라이 아웃 처리했다.
고우석은 “깔끔하게 막고 LG 팬에게 인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큰일이 날 상황이었다. 자칫 역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집중했다. 운 좋게 막아내 정말 다행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LG 고우석(왼쪽)은 8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초 2사 후 베이스커버가 늦어 김인태(오른쪽)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산책 커버’라는 쓴소리를 받은 그는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서울 잠실)=옥영화 기자
비록 활짝 웃지 못했어도 LG를 3년 만에 70승 고지로 이끌면서 시즌 28세이브를 올린 날이었다. 세이브 부문 3위다. 역대 최연소 30세이브 신기록도 ‘-2’다. 고우석은 어느덧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했다. 6월 21일 잠실 KIA전 구원승 이후 단 1점(8월 9일 창원 NC전 블론세이브)만 허용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0.36(23경기 24⅔이닝 1실점)에 불과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체력이 떨어져 경기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고우석은 기복이 크게 없었다.
고우석은 “오늘 경기처럼 내 뒤의 야수 형들이 든든하게 받쳐줬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경기 전 루틴대로 만반의 준비를 한다. 기본기도 충실히 하려고 한다. 오늘은 (기본기 부분을) 잘못했지만”이라며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팀에서 마무리투수라고 배려를 많이 해준다. 물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혜택을 받는 만큼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다짐한다”라고 이야기했다.
4월 중순부터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았으나 ‘천직’이다. 고우석은 “내가 자주 나간다는 건 그만큼 팀이 이길 확률이 높다는 거니까 기분이 좋다. 승리 후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게 정말 짜릿하고 기쁘다. ‘내가 해냈어’가 아니라 ‘오늘도 이겼다’는 희열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나바 감독의 ‘오승환 후계자’라는 평가에 대해 고우석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나도 기사를 봤다. 영광스럽지만 내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지금은 부상 없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이 이겨 팀과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고우석은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산책 커버’ 미스 플레이에 대한 자신의 반성을 꼭 언급해 달라고.
“오늘 안일하게 플레이를 했다. 내가 (이 글을 보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때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는 걸 써달라. 앞으로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