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배우 박정민의 필모그래피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달리고 있는 만큼 필연적인 고민도 따른다. 박정민이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털어놨다.
박정민은 단편 ‘세상의 끝’(2007), ‘연애담’(2008)을 거쳐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010)으로 장편 신고식을 치렀다. 한 소년의 죽음에서 시작돼 파국을 마주하는 ‘파수꾼’의 박정민은 감히 형언 못할 감정들을 쏟아 내거나 꾹꾹 눌러 담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린 박정민의 꿈은 ‘좋은 영화’를 향해 있다.
“저는 제가 하는 영화가 재미있으면 장땡인 사람이라 독립, 상업, 저예산, 주조연, 단역 전혀 상관없이 재미있는 영화를 선택한다. 좋은 사람들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크고, 좋은 영화를 만나는 게 가장 행복하다. 건방진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다음 세대 영화인들과 함께 (한국영화계 르네상스 같은) 또 한번 좋은 영화의 시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영화를 내놓는 게 앞선 선배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배우 박정민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박정민은 과거보다 앞으로의 날들을 응시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자신이 내세울 건 작품들뿐이라는 그의 겸손함이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저의 인생은 분기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큰 욕심도 있다. 제가 내세울 것은 작품들뿐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생각하려고 한다. 그동안 너무 과거에 얽매여 살았던 것 같다. 이젠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지 혹독하게 고민하려고 한다. 또 앞으로 무너지지 않을 방법도 찾아야 한다.”
배우 박정민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박정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책이다. 박정민은 지난 2016년 발간된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이달 개정해 출간했다. 친구와 함께 작은 책방도 운영 중이다. 늦은 밤까지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박정민은 정체성이 모호한 책방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저는 책방에 콘텐츠를 채우는 역할을 하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다. 책들이 그다지 많지도 않아 책방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노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원래부터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다만 당분간 글을 또 쓸 생각은 없다. 제가 쓴 책이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정판에서 수습을 좀 했다. 이제는 점점 생각도, 두려움도 많아진다. 혹시라도 환기가 되어 쓸 만한 걸 찾는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글이라는 게 무섭다. 사실 제가 작가는 아니지 않나. 작가도 아닌 것이 누군가에게 글로 상처를 주는 게 건방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