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을 넘긴 명배우는 여전히 ‘자신의 그릇’을 고민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진심으로 책임감을 느끼는 김명민에게서 그간의 고뇌가 엿보인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명민은 어느덧 데뷔 20년을 훌쩍 넘은 배우가 됐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 한 결과 여전히 회자되는 수많은 인생작을 남겼고, ‘연기 본좌’ 수식어까지 얻었다. 안정기에 접어들면 편히 쉬고 싶을 법도 한데 김명민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힘들었던 과거의 자신에게서 현재의 감사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멸의 이순신’ 당시 암 투병 중이던 한 여류화가가 드라마 덕분에 1년 넘게 버티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하러 찾아오셨더라. 소아암 병동 아이들도 장군님 덕분에 힘을 얻고 산다고 편지를 보냈다. 나는 너무 힘들어서 외국으로 가려다가 발목 잡혀서 한 이순신인데, 그런 나로 인해 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되니 나의 롤이 정립됐다. 세상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 나 자신을 연기하지 말자는 가치관을 갖게 됐다.”
배우 김명민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르 불문, 채널 불문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김명민이지만 최근에는 유독 시대극에 얼굴을 자주 드러냈다. 또한 불의에 맞서거나 우직하게 정의를 좇는 역할도 김명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시대가 담긴, 혹은 시대상에 놓인 인물을 연기하는 데 대해 김명민은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했다.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볼 때 나이에 비해 그런 역할을 많이 하다보니까 내가 떠오른 게 아닐까 싶다. ‘과연 이게 내 그릇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면서도 내 그릇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아무래도 ‘불멸의 이순신’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나로서는 혹여나 다른 작품에서 이순신 장군 캐릭터가 겹쳐 보일까 고민도 컸다.”
김명민의 차기작은 조범구 감독의 ‘도쿄대첩’이다. 스위스월드컵 출전을 두고 1953년 한국 축구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이 벌인 한일전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김명민은 해당 영화의 촬영이 미뤄지고 있지만 “한 번 약속하면 기다린다”며 넉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한 번 약속을 하면 기다린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필모그래피에) 빈틈이 생기기도 한다. ‘도쿄대첩’ 촬영은 조금 더 미뤄져서 내년쯤으로 보고 있다.” /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