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사 전례 없는 일, 넘어야 할 산 투성이 [‘사냥의 시간’ 공개 무산①]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이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한국영화사에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고, 갈등 봉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외세일즈를 맡은 콘텐츠판다가 국내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를 상대로 낸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사냥의 시간’을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 극장, 인터넷,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 등 텔레비전을 통해 상영, 판매 및 배포하거나 비디오, DVD 등으로 제작, 판매 및 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만약 리틀빅픽쳐스가 이를 어길 시 콘텐츠판다에 1일당 상당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판결 직후 콘텐츠판다 측은 “법원이 리틀빅픽쳐스가 콘텐츠판다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알렸다. 리틀빅픽쳐스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법원의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9일 넷플릭스는 당초 10일로 예정된 ‘사냥의 시간’ 전 세계 190여개국 동시 공개를 보류했다. 이날 예고됐던 윤성현 감독과 배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스페셜 온라인 관객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로 보류됐다. 향후 진행 예정이던 감독 및 배우 인터뷰 일정도 전면 보류된 상태다. ‘사냥의 시간’을 둘러싼 리틀빅픽쳐스와 콘텐츠판다의 깊은 균열은 지난달 23일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초 영화는 지난 2월 26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리틀빅픽쳐스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하는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선택했다. 리틀빅픽쳐스는 넷플릭스 측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공식화 했고, 콘텐츠판다는 이 같은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면서 “이중계약”이라고 지적하며 공식입장을 냈다. 리틀빅픽쳐스도 곧 공식입장을 통해 콘텐츠판다의 주장을 “허위”라고 받아쳤다.

콘텐츠판다는 이미 해외 30여개국에 영화를 판매를 한 만큼 리틀빅픽쳐스가 넷플릭스에 해외 공개 권리까지 모두 넘긴 것은 이중계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리틀빅픽쳐스는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계약해지라는 주장이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쳐스를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줬다.

‘사냥의 시간’의 순제작비는 90억 원, P&A 비용을 더한 총제작비는 115억 원으로 극장개봉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 명으로 알려졌다. 리틀빅픽쳐스로서는 극장 개봉이 불투명한 현 시점에서 손익분기점에 대한 장담이 어려워지니 넷플릭스 전 세계 독점 공개를 선택했다. 문제는 이미 콘텐츠판다를 통해 해외에 선판매된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공개권을 넷플릭스에 넘겼다는 것이다. 콘텐츠판다는 해외 시장에서 쌓아 올린 신뢰를 일순간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공개 플랫폼을 변경한 것은 ‘사냥의 시간’이 한국영화에서는 처음이다. 넷플릭스 공개 결정도 전례 없는 일이기에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섣불리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케팅 비용까지 소진한 마당에 언제까지고 극장 개봉을 미룰 수만은 없는 중소배급사는 존폐가 걸린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또 신뢰와 명성이 무너질 위기에 놓인 회사의 입장에서 법적 대응을 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냥의 시간’은 당분간 표류한다. 리틀빅픽쳐스와 콘텐츠판다는 계약해지 소송 외 여러 법적 분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원만한 해결을 이뤄 넷플릭스든 극장이든 제대로 공개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도, 넘어야 할 산도, 건너야 하는 강도 많다. 과연 이 전례 없는 갈등이 양측 모두에 괜찮은 수순을 밟아 잘 봉합될지 지켜볼 일이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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