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10년 전 영화 ‘파수꾼’으로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윤성현 감독과 배우 이제훈, 박정민이 이번에는 ‘사냥의 시간’에서 만났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의 색은 바래지 않았다.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의 이야기를 직선적인 서사 구조에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풀어냈다. ‘파수꾼’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윤성현 감독이 무려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영화계 안팎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제훈은 ‘파수꾼’에서 기태 역, 박정민은 희준 역을 맡아 연기했다. 두 배우는 둘도 없는 절친인 듯했지만 그 시절 감정의 균열로 인해 등을 지고 만 소년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기민하게 그려내며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이들의 섬세한 연기는 변함이 없다. 지난 시간이 무색할 만큼 감독과 두 배우는 완벽한 호흡을 맞췄다.
‘사냥의 시간’에서 이제훈은 갓 출소한 준석, 박정민은 준석에게 빚을 진 친구 상수를 연기한다. ‘파수꾼’을 본 사람이라면 두 인물의 첫 만남에서 기태와 희준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다. 대화로 미루어 보아 상수는 준석이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어머니 병원비로 꽤 큰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고, 이후 준석은 수감됐다. 상수가 일하는 도박장에 찾아가 욕을 해대는 준석에게 상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돈을 갚겠다며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는 것뿐이다. 이 장면의 관계성은 마치 ‘파수꾼’의 기태와 희준이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후 재회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감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제훈, 박정민 활용법을 정확히 아는 듯하다. 자신이 계획한 세계에서 벼랑 끝에 몰린 인물, 특히나 그게 청년일 때 이제훈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서늘함을 풍긴다. ‘파수꾼’에서도 ‘사냥의 시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친구를 몰아붙일 때 그 분노와 서늘함은 여전히 관객의 뇌리에 박혀 있고, 이번 영화에서는 의문의 추격자에게 쫓기며 낭떠러지에 이르자 모든 가림막을 내던지고 울분을 토하는 인물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해냈다.
박정민이 연기한 상수는 등장 초반 준석을 대하는 태도와 이후가 다소 다르다. 처음에는 준석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만큼 완전한 상하 관계처럼 느껴지지만 준석의 계획에 가담하기로 결심한 후에는 크루나 다름없다. 심지어는 나중에 준석에게 고마운 마음을 조용히 전하기도 한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며 도박장 웨이터로 근근이 살아나가는 상수에게 준석은 미우나 고우나 어쩔 수 없이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찌 보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편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는 상수의 감정선을 아주 미세한 지점까지 잡아낸 박정민의 내공이 상수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파수꾼’을 잊지 않고 기다린 영화 팬들은 이 조합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여기에 기태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조성하가 이번 영화에도 함께 하며 ‘파수꾼’ 팀이 진정한 재회를 이룬 셈이다. 여러모로 반가운 영화 ‘사냥의 시간’이 또 어떤 이야기를 파생할지 기대가 모인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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