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육상에 ‘검은 돌풍’ 거세진다

마라톤 오주한(케냐) 이어 단거리에 콩고 혈통 비웨사 등장
고교생 비웨사 7월대회 100m에서 10초69…가파른 상승세
오주한 내년 올림픽 우승 겨냥 작년부터 케냐에서 맹훈
[MK스포츠] 남자마라톤에 이어 단거리에서도 ‘검은 돌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검은 황영조’ 오주한(32·청양군청·케냐명·에루페·2018년 귀화)이 작년부터 한국 국가대표 자격으로 내년 도쿄올림픽의 우승을 겨냥, 케냐에서 훈련 중인 가운데 콩고인을 부모로 둔 한국 국적의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17·안산 원곡고 2년)가 남자 단거리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고교 정상급 기량을 과시해 육상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웨사, 100m 10초69…“한국판 볼트” 지난 8월11일 충북 보은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49회 추계 중고육상대회 남고부 400m 계주 결선. 2003년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 원곡초, 관산중을 나온 비웨사가 원곡고의 마지막 주자(앵커)로 나섰다. 비웨사는 이날 2위로 바통을 이어받아 1위인 허재준(경남체고)과의 격차를 조금씩 줄이더니 막판 폭발적인 가속으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의 주역이 된 것이다.

원곡고 우승기록은 42초 09로, 2위 경남체고를 0.19초 앞섰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한국판 우사인 볼트다. 우리나라에 볼트가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웨사는 경기 후 동료들이 “비웨사 덕분에 우승했다”고 치켜세우자 부끄러워하며 “혼자 한 것이 아니고 다 같이 이루어낸 것이기에 함께 기뻐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관산중학교 재학 시절 일반 학생이었던 비웨사는 2018년 가족과 함께 귀화의 꿈을 이루었다. 그는 1년 6개월 전 원곡고에 진학, 본격적인 육상 선수로 첫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주위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100m는 11초대 중반, 200m는 22초대 후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웨사는 작년 7월 18일 열린 회장배 제17회 전국중고 육상선수권대회 100m 예선에서 10초 98, 준결선에서 10초 95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거푸 경신했다. 비웨사는 올 6월 26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1회 18세 이하 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에서도 10초대나 마찬가지인 11초 04를 찍었다.

콩고인 특유 탄력 돋보여…유연성은 부족
비웨사(오른쪽)가 지난 7월24일 경북 예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48회 KBS배 전국육상대회 남고부 100m 결선에서 10초69의 개인 최고기록을 수립하는 순간. 사진=대한육상경기연맹 제공
비웨사는 지난 7월24일 경북 예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48회 KBS배 전국육상대회 남고부 100m 예선에서 10초 86, 준결선에서 10초 78을 기록하며 자신의 최고기록(10초 95)을 잇달아 경신하더니 결선에서는 10초 69로 개인 최고기록을 한 번 더 갈아치웠다. 그가 올 시즌 목표로 삼았던 10초 6대의 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국가대표 단거리 스프린터 김국영(29 · 국군체육부대)이 2017년 6월 수립한 한국기록 10초 07에는 한참 뒤지지만 비웨사가 17세 고교생임을 감안할 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기록이다. 앞으로 1년 안에 10초 3대도 가능하며 4, 5년 뒤에는 국가대표로 한국기록 경신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비웨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높이뛰기 등 육상에 소질을 보였으나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해 중학교 때까지는 전국대회에 나가지 못했고 안산시 대회만 참가하다 중3 때 귀화에 성공, 원곡고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전문육상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단거리 선수 출신으로 모교 원곡고에서 육상팀을 지도하는 김동훤(44) 코치는 “비웨사는 유전적으로 콩고인 특유의 탄력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며 흑인의 리듬감도 지닌 것 같다. 현재 180㎝ 63㎏의 체격이지만 키가 더 크고 체중이 불어난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다만 육상 입문이 늦어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검은 황영조’ 오주한, 2시간4분대 목표
귀화선수 오주한(앞쪽)이 지난 26일 케냐 캅타갓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22㎞ 거리주 훈련을 펼치고 있다. 사진=오창석 교수 제공
한편 지난해 10월 20일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8분 21초로 2020년 도쿄올림픽 마라톤 참가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한 귀화선수 오주한은 현재 케냐에서 남자마라톤 국가대표팀 감독인 오창석(58) 백석대 교수의 지도로 오는 2021년 8월의 올림픽에 대비한 ‘도쿄 프로젝트’를 소화해내고 있다. 8월26일 오교수는 “오주한은 대한체육회가 지정한 전담 의무트레이너를 현지에서 고용해 부상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있고 자체적으로 고용한 전담 코어 트레이너는 오주한의 체력향상과 자세 안정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교수는 “최고기록이 2시간5분13초로 세계 정상의 반열에 올라있는 오주한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은 부상 예방이다. 그다음이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체력과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이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돼 오는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받으려 했으나 이마저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 내년 2월 28일 열릴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 4분대 주파를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귀화 오주한, 내년 손기정-황영조 대 이을까 오주한이 현재 훈련 중인 케냐의 캅타갓, 엘도렛, 이텐 지역은 해발 2300~2800m 고지이며 아침 기온이 10~13°C로 마라톤 고지훈련에 적합한 최고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캅타갓 훈련 캠프에는 2시간1분39초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6·2016년 리우올림픽 우승)가 소속된 네덜란드 글로벌 스포츠팀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닥터 로사팀, 봄보 스포츠팀, 컴플리트 스포츠팀 등 세계적인 4개 마라톤팀이 올림픽 우승을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 오주한은 케냐 국적 시절부터 4년 연상인 킵초게의 라이벌로 국내 랭킹 다툼을 벌여왔었다.

케냐 북부 메마른 사막지역 트루카나에서 맨발로 산야를 달리던 그가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것은 2011년 8월 케냐 뭄바사에서 열린 국내 마라톤대회. 이 대회에서 2시간13분1초로 우승한 그는 그해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23초로 우승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여타 대회는 나가지 않고 오직 서울과 경주의 국제마라톤대회만 6번 완주했으며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분13초의 좋은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이 기록은 당시 세계랭킹 8위로 국제마라톤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직 한국을 위해 뛴다’는 의미의 한국 이름(吳走韓)으로 개명, 청양 오씨의 시조가 됐으며 우여곡절 끝에 2018년 어렵사리 한국 귀화의 꿈을 이뤘다. 과연 오주한이 1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검은 돌풍’을 일으키며 1936년 손기정, 1992년 황영조에 이어 우리나라에 올림픽 남자마라톤 세 번째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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