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즌 KBO리그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 3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해 다승왕을 차지했던 라울 알칸타라(29), 타격 4관왕 멜 로하스 주니어(30) 등이 일본 프로야구로 떠나고 새 얼굴들이 대거 합류했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해주느냐에 따라 시즌 전체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승률이 4할에 못 미쳤던 한화 이글스, SSG 랜더스의 경우 용병 농사 실패가 하위권 추락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역시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각 구단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LG 트윈스 앤드류 수아레즈(왼쪽)와 한화 이글스 라이언 카펜터. 사진=MK스포츠 DB, 한화 이글스 제공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시범경기 기간 새 외국인 선수를 보며 가장 흡족했던 구단은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다. LG는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29)의 어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아레즈는 시범경기 등 3차례 실전에서 9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왼손투수로서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수아레즈는 팀 적응력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류지현(50) LG 감독은 “본인이 한국야구에 대해 공부하고 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 앞으로 더 기대하게 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는 좌완 라이언 카펜터(31)의 시범경기 호투 속에 미소 짓고 있다. 카펜터는 시범경기 2경기 8.2이닝 16탈삼진 무실점의 괴력투로 한화팬들을 감동시켰다.
한화와 계약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실전 테스트에서 빼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평가를 뒤집었다. 신장 196cm 장신을 활용한 투구폼, 타점에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쉽게 잡지 못하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은 “카펜터는 기존 KBO리그 왼손 투수들과는 다른 유형이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타자의 경우 kt 위즈 조일로 알몬테(32)와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32)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알몬테는 시범경기에서 25타수 9안타 5타점 타율 0.360으로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장타가 한 개도 없었고 좌익수 수비가 1군 경기에서 통할지 검증된 건 아니지만 코칭스태프가 처음부터 기대했던 것처럼 안정적인 콘택트 능력을 보여줬다.
피렐라도 시범경기 19타수 7안타 2타점 타율 0.368로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 코칭스태프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오재일(36)이 부상으로 개막 첫 한 달간 이탈한 상황에서 피렐라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만 시즌 초반 순위 다툼이 수월해진다.
네 선수 모두 관건은 시범경기에서의 좋은 흐름을 정규시즌에서도 이어가는 것이다. 올해는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데다 쌀쌀한 날씨, 봄비 등의 영향으로 실전 경기 횟수가 적었다. 개막 후 본격적인 분석이 이뤄진 뒤 어떻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박 성적을 거둘지, 혹은 중박에 그칠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