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짓는 듯했다.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4점 차 리드. 하지만 핸드볼 공은 둥글었고, 찰나의 방심은 통한의 무승부로 돌아왔다.
지난 15일 부산시설공단과의 혈투 끝에 24-24로 비긴 서울시청의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그 안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며 부활을 알린 ‘베테랑’ 조수연의 진심은 뜨거웠다.
조수연은 이날 8골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동시에 개인 통산 600골이라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경기 후 만난 그녀는 기록의 기쁨보다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을 먼저 꺼냈다.
조수연은 “지난 경기 패배가 마음에 많이 남아 있어서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다”며 “후반에 점수 차가 벌어졌을 때 잠깐의 안도감이 생겼던 것 같다. 그 부분이 결국 무승부로 이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돌아봤다. 스스로에게도, 팀에게도 냉정한 평가였다.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코트를 비워야 했던 그녀였기에, 최근의 아쉬운 성적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 컸다. 조수연은 “피벗인 (이)규희의 부상으로 합이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저 역시 부상 복귀 후 적응 기간이 필요해 공격에서 충분히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조금씩 살아나는 득점 감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전했다. 정연호 감독의 지시에 따라 페인팅보다 롱슛에 집중하면서 자신감을 찾다 보니 몸 상태가 조금씩 올라오는 느낌이라는 것. 하지만 조수연은 일찌감치 이번 시즌 목표를 화려한 개인 기록이 아닌 팀을 위한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욕심을 내 공격에서도 더 보여주고 싶지만, 지금은 후배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내가 풀타임을 뛰면서 체력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아직 완벽하지 않아 미안하다. 빨리 몸을 끌어올려 수비와 궂은일에서 보탬이 되고 싶다.”
비록 최근 경기 결과가 좋지 않지만, 서울시청은 여전히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상 중인 이규희 역시 복귀를 위해 몸을 만들고 있어 희망적이다.
그 때문에 조수연은 동료들에게 “언니가 한 발 더 못 뛰어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도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줄 테니 앞에서 마음껏 뛰고 더 빛났으면 좋겠다”라며 최근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자고 독려했다.
600골이라는 숫자보다 더 크게 남는 것은 팀을 향한 책임감과 애정이었다. 조수연의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는 순간, 서울시청의 상승 곡선 역시 다시 그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김용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