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캑터스리그 홈 개막전은 혼돈 그 자체였다.
샌프란시스코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있는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캑터스리그 홈 개막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에서는 평소 쉽게 보기 드문 장면이 두 개나 나왔다.
1회초 경기를 지배한 것은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의 화재 경보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피를 권고하는 화재 경보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당황한 로비 레이가 투구를 중단했지만, 브루스 드렉맨 주심은 경기 속행을 지시했다. 로비는 여기에 흔들린 듯, 연속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로비가 정말 안타까웠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말했다.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데 갑자기 화재 경보가 울렸다. 약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화재 경보에도 경기 진행을 이어간 배경을 묻자 “심판들이 기자실과 지속해서 소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누군가가, 아마도 내가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팅글러(제이스 팅글러 벤치코치)를 시켜서 상황을 알아보게 했는데 상황이 괜찮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면 로비에게도 더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이한 레이는 플레이 하나로 단숨에 이닝을 끝냈다.
스즈키 세이야의 빗맞은 타구가 2루수 루이스 아라에즈와 우익수 이정후 사이에 떨어지며 안타가 됐는데 선행 주자 맷 쇼와 알렉스 브레그먼 사이에 사인이 맞지 않아 두 선수가 모두 3루에 머물렀다.
아라에즈의 송구를 커트한 1루수 라파엘 데버스가 2루에 송구, 2루까지 달리던 스즈키를 아웃시켰고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가 3루로 달려가 주자 두 명을 모두 태그했다. 3루심은 후발 주자였던 브레그먼의 아웃을 선언했다.
이후 쇼가 갑자기 베이스에서 발을 떼며 슬라이딩 장갑과 헬멧을 벗었다. 이닝이 그대로 끝났다고 생각한 듯했다. 이를 보고 있던 3루수 맷 채프먼이 재빨리 쇼를 태그하면서 삼중살이 완성됐다.
외야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이정후는 “이렇게 삼중살이 되는 것은 처음봤다. 3루 주자가 착각을 한 거 같다”며 이 장면을 회상했다.
3루에 모인 주자 두 명을 모두 태그하며 완벽한 삼중살을 만드는데 일조한 아다메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더그아웃에 리플레이 시청용 아이패드가 없어서 상황도 체크하지 못했다. 그러나 3루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두 명만 있어야 하는데 세 명이나 있었다. 그 상황에서 (주자 두 명을 모두 태그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심판이 누구를 아웃시킬지 잘 몰랐기에 두 명 다 태그하고 심판의 결정을 지켜봤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브레그먼은 ‘처음에 상황 판단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주위 상황을 보며 주루를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채프먼은 “이것도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한 가지 방법이기는 하다”며 생각을 전했다. “시범경기라도 삼중살은 삼중살이다. 삼중살을 해본 적도 있었고 당해본 적도 있었는데 재밌는 거 같다”며 옛일을 생각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캠프 기간 내내 놀릴 거리가 생겼다”며 “로비가 이번 시즌 이보다 더 큰 시련을 겪을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순조롭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돈을 뚫고 1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레이는 “스프링캠프에서 한 경기에 일어날 일로는 충분한 거 같다”며 웃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도 당황하기에 충분한 일들이었다. 아다메스는 “이것이 야구의 묘미 아니겠는가. 하루하루가 새롭다”며 미소 지었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