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감독에게 대들어 싸웠는데 다음날 선발 출전” 김보경이 유럽에서 경험한 최고 쇼크···“유럽은 문화가 달라” [이근승의 믹스트존]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아주 소중하다.” 김보경(36·FC 안양)이 웃으며 전한 말이다.

김보경은 한국 축구 중심에 있었던 미드필더다. 김보경은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쳤다. 그는 2009 U-20 월드컵 8강,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 주역이었다. 월드컵 최종 명단엔 두 번(2010·2014)이나 승선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꿈의 무대를 누비기도 했다.

김보경은 세레소 오사카, 오이타 트리니타(이상 일본), 카디프 시티, 위건 애슬레틱(이상 잉글랜드), 마쓰모토 야마가(일본), 전북 현대, 가시와 레이솔(일본), 울산 HD, 전북, 수원 삼성 등 다양한 팀을 거쳤다. 김보경은 세계 최고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12번째로 입성했던 한국인이기도 하다.

FC 안양 미드필더 김보경. 사진=이근승 기자
FC 안양 미드필더 김보경. 사진=이근승 기자

김보경은 지난해부터 안양에서 활약 중이다. 그때도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낼 것”이라고 했다.

김보경은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내며 K리그1에서 첫해를 보낸 안양의 성공에 이바지했다.

‘MK스포츠’가 김보경과 나눈 이야기다.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동계 훈련은 잘 소화하고 있나.

작년엔 경상남도 남해 훈련부터 합류했었다. 올해는 태국에서 진행한 1차 전지훈련부터 함께하고 있다. 컨디션이나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작년보다 잘 준비되고 있는 느낌이다.

Q.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동계 훈련은 가장 힘든 훈련 아닌가. 여전히 동계 훈련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나.

아니다(웃음). 동계 훈련 경험이 많다. 어떤 식으로 훈련이 진행되는지 잘 안다. 훈련 외적인 시간엔 무얼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지금은 동계 훈련 기간 어떤 식으로 팀을 만들어 가는지 많이 보고 배우는 것 같다.

Q. 동계 훈련을 진행하면서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조언하는 건 무엇인가.

팀 전술에 관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어린 선수들에겐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보이는 것 같다.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유병훈 감독은 학구파 지도자다. 아주 디테일한 전술 책자를 선수들에게 나누어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 생활하면서 많은 지도자와 함께하지 않았나. 유병훈 감독은 어떤 지도자인가.

작년 남해에서 전술 책자를 처음 받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이대로만 시즌을 치른다면, 정말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었다. 올해도 유병훈 감독께 전술 책자를 받았다. 성공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올해는 설레더라. 책자를 세세히 살펴보니 작년보다 업그레이드된 부분이 많았다. 우리가 감독님의 전술을 따라가려면 많이 노력해야 한다. 올해도 감독님을 믿고 따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지난해 안양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팬들의 기대가 더 커졌다.

태국에선 처음 손발을 맞추는 것이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다. 선수들이 감독님의 전술을 점점 이해하고 있다. 부족한 점은 감독님이 세세하게 짚어주신다. 남해에선 연습 경기도 치르고 있다. 연습 경기로 실전 감각까지 더하면서 올 시즌 개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준비한 것들이 실전에서 나온다면, 새 시즌에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안양이 K리그1에서 시즌을 소화한 게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안양은 지난 시즌 짜임새 있는 전력과 경기력을 뽐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힘은 어디에 있었던 건가.

유병훈 감독께선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잘 파악하고 끄집어내 주신다. 단, 어떤 선수든 자기의 개성만 살릴 순 없다. 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자기 역할,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확실하게 인지시켜 준다. 안양이 지난 시즌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큰 이유 중 하나엔 후방의 경험 풍부한 선수들이 있었다. 후방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다 보니 어떤 팀을 만나든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더해졌다. 그 끈끈함을 올해도 이어가야 한다.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안양이 K리그1으로 올라오면서, FC 서울과의 맞대결이 큰 화제가 됐다. 서울전처럼 큰 경기를 앞두고 베테랑으로서 특별히 해줬던 말이 있을까.

오히려 그런 경기를 앞두고선 별말 안 한다. 선수들이 그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팀 분위기부터 다르다. 다만, 그런 경기를 마치고 나서 중심을 잡으려고 한다. 서울전과 같은 긴장감 있는 경기를 마치면 흐트러질 수 있는 까닭이다.

Q. 지난 시즌을 마치고 안양과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안양에 합류했을 때 ‘마지막 시즌’이란 생각이었다. 마지막인 만큼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 유병훈 감독께서 많은 기회와 도움을 주셨다. 구단에서도 여러 부분을 인정하고, 내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줬다.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난해의 좋았던 기억이 안양과의 재계약을 결심하게 한 것 같다. 올해는 더 잘하고 싶은 생각도 강해졌다. 지금도 작년과 같은 마음이다. ‘올해가 진짜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Q. 은퇴를 생각하기엔 이른 것 아닌가.

은퇴한 선배들은 ‘선수 생활을 최대한 오래 하라’고 한다. 나도 2, 3년 전까지만 해도 그 말에 공감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하고, 현실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선수라는 게 내가 ‘더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내 나이쯤 되면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축구는 여전히 재밌나.

해를 거듭할수록 축구를 보는 시야,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재밌다.

Q. 김보경을 계속 땀 흘리게 하는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선수 인생의 마지막 시즌일 수 있다. 하루하루가 아주 소중하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시간 아닌가.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작은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Q. 김보경은 다양한 팀을 거쳤다. 특히, 한국에선 전북, 울산, 수원 등 기업구단에만 몸담았었다. 시도민구단은 안양이 처음인데. 기업구단과 비교했을 때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없나.

선수가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있다. 훈련 환경이다. 안양은 다행히 주변에서 들었던 것에 비해서 훈련 환경이 괜찮다. 훈련하는 데 큰 지장이 없어서 문제없는 것 같다. 말씀하신 다른 부분은 팀 예산, 운영 등에 관한 부분이다. 선수로선 큰 불편함이 없는 것 같다.

김보경의 인생골. 김보경이 2013년 11월 2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팀이 1-2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김보경의 당시 소속팀 카디프 시티는 김보경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맨유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추가했다. 사진=AFPBBNews=News1
김보경의 인생골. 김보경이 2013년 11월 2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팀이 1-2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김보경의 당시 소속팀 카디프 시티는 김보경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맨유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추가했다. 사진=AFPBBNews=News1

Q. 요즘 10대, 20대 초반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활발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올림픽은 물론이고 EPL도 경험한 선수 아닌가. 유럽으로 향하는 요즘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선수들의 개성이나 색깔은 우리 때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눈에 확 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선수 개인의 개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프로 적응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어려워하는 게 눈에 보일 때가 있다. 우리 세대에도 개성 있는 선수가 많았지만, 팀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하고 비중을 뒀다. 그게 프로 적응엔 더 도움이 된다. 물론, 개성이 강한 선수라도 빛을 내면서 쉽게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선수는 큰 주목을 받지만, 더 많은 선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유연하게 잘 대처해야 하지 않나 싶다.

Q. 유럽파 선배로서 유럽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해외로 나가면 팀 적응이 우선이다. 팀에 적응하려면 선수들과 잘 지내야 한다. 성격이 진짜 중요하다. 붙임성이 좋아야 한다. 유럽 진출 생각이 있다면, 언어는 최대한 빨리 준비하는 게 좋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한 상태로 나가는 게 제일 좋다. 유럽의 스타일에도 잘 적응해야 한다. K리그는 팀을 중시한다. 팀에 잘 녹아들어야 기회를 받고 성장할 수 있다. 유럽은 선수 개인의 장점을 중시한다. 개인의 장점을 팀에 녹아들게끔 만드는 구조다.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을 보면, 그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거다.

Q. 현재 한국 선수가 제일 많은 유럽 리그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이다. 챔피언십을 먼저 경험한 선배 아닌가. 챔피언십은 어떤 무대로 기억하고 있나.

챔피언십은 상위 팀과 중·하위권 팀의 축구 색깔이 크게 다른 리그다. 상위 6~7개 팀은 EPL로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투자도 그만큼 많이 한다. 선수 구성을 보면 국가대표가 팀의 절반 이상이다. 반대로 중·하위권 팀들은 직선적인 축구를 많이 한다. 상당히 거칠다. 개인적으론 챔피언십이 정말 힘들고 어려웠었다.

김보경은 12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한국인이다. 사진=AFPBBNews=News1
김보경은 12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한국인이다. 사진=AFPBBNews=News1

Q. EPL, 챔피언십 등 유럽 무대를 경험하면서 가장 놀랐던 게 있을까.

문화가 다르다. 예를 들어서 한국은 선·후배 관계가 확실하다. 예의를 중시한다. 유럽은 다 친구다. 특히, 경기장 안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어린 선수든 베테랑이든 팀을 위해 해야 할 얘긴 주저 없이 한다. 감독,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한다. 수직적이지 않다. 어린 선수가 불만을 토로한다고 해서 감독이나 코치가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분위기다. 제일 놀랐던 건 이거다.

Q. 어떤?

경기 전날이었다. 감독이 무언가를 설명하는 데 선수가 ‘그건 아니’라고 대드는 거다. 감독, 선수가 경기 전날 싸웠다. 나는 그 선수가 다음날 경기에서 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출전 명단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선발로 나서더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감독이나 선수나 최선을 다했다. 그걸 보면서 ‘다르긴 진짜 다르구나’ 느꼈지. 사람인지라 기분이 상할 순 있겠지만, 감독이나 선수나 팀 구성원이란 인식이 잡혀있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봐도 감독에게 대든 선수가 다음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선발로 뛴 건 진짜 쇼크였다(웃음).

김보경은 12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한국인이다. 사진=AFPBBNews=News1
김보경은 12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한국인이다. 사진=AFPBBNews=News1

Q. 일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지 않았나. 일본은 유럽과 가까운 건가.

일본은 한국과 유럽의 문화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곳이다. 일본도 선·후배 관계나 예의를 상당히 중시한다. 단, 일을 할 땐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한다. 유럽처럼 팀을 위해 해야 할 말이 있을 땐 주저 없이 하는 편이다.

Q. 일본 축구의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왜 이리 빠르다고 보나.

K리그에선 이제 빌드업을 중시하지 않나. 일본에선 10년 전부터 중시한 부분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뛸 때 골키퍼가 나와서 빌드업하는 걸 처음 봤다. 그때만 해도 ‘골키퍼가 빌드업에 관여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일본엔 빌드업에 골키퍼를 관여시키는 팀이 그때부터 있었던 거다. 우리 K리그도 시작이 조금 늦었을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좋아질 거라고 본다.

카디프 시티 시절 김보경(사진 오른쪽). 사진=AFPBBNews=News1
카디프 시티 시절 김보경(사진 오른쪽). 사진=AFPBBNews=News1

Q. 축구 보는 것도 여전히 좋아하나.

지금은 좀 덜 본다(웃음). 유럽이나 일본에 있을 땐 일과 마치면 축구만 봤다. 후배들에게 ‘축구를 많이 봐야 한다’는 조언은 해준다. 축구란 게 선택의 연속이다. 선진 축구를 많이 접하다 보면 여러 가지 옵션을 생각하게 된다.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거다.

Q. 유럽에서 김보경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축구인은 누구인가.

어릴 땐 지네딘 지단. 프로에 와선 스페인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 사비를 많이 봤다. 내가 미드필더이다 보니 세계적인 미드필더를 보면서 영감을 얻으려고 했다.

Q. 2026시즌은 강등 부담이 덜한 한 해다. 다르게 말하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나아갈 기회다. 안양은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갈까.

나는 선수다. 올 시즌 팀의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는 게 내 역할이다. 말씀하신 부분은 구단에서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서 해야 하는 부분이다. 나는 구단이 목표를 제시하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C 안양을 떠나 전북 현대로 둥지를 옮긴 브루노 모따. 사진=이근승 기자
지난 시즌을 마치고 FC 안양을 떠나 전북 현대로 둥지를 옮긴 브루노 모따. 사진=이근승 기자

Q. 올해 모따의 이적 공백을 메우는 게 관건일 것 같은데.

모따는 색깔이 확실한 선수다. 특히,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 팬들이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안양엔 좋은 선수가 많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본다. 안양 모든 구성원이 태국에서부터 온 힘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면 좋은 경기력과 결과로 꼭 보답하겠다.

Q. 10년 뒤쯤 김보경이란 이름을 떠올렸을 때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하나.

한국에 훌륭한 미드필더 선배가 많지 않은가. 유명하신 선배님들은 물론이고 뛰어난 후배들도 있다. 그런 선수들 사이에서 한 번씩 거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 ‘김보경을 알아?’라고 했을 때 ‘이런 선수였다’고 답해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웃음).

[남해=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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