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의 전성기를 이렇게 낭비할 수는 없다. 정해진 답은 하나다. 김혜성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다저스를 떠나야 한다.
LA다저스는 23일(한국시간) 마이너 옵션을 이용, 김혜성을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로 내려보낸다고 발표했다.
김혜성은 이번 스프링캠프 막판까지 알렉스 프리랜드와 2루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이 경쟁에서 이긴 선수는 미겔 로하스와 함께 2루수 출전 기회를 나눠 가질 예정이었다.
어찌보면 김혜성에게 이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토미 에드먼이 부상으로 이탈한 지금, 이 경쟁만 이긴다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가장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김혜성은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로 캠프를 비우면서 시범경기 9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7타수 11안타 1홈런 6타점 5도루 1볼넷 8실점 기록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김혜성이 캠프 기간 상대한 투수들의 평균 수준은 8.1이었다. 이는 트리플A급이었음을 의미한다. 팀 동료 카일 터커가 상대한 투수 수준이 7.3, 프레디 프리먼이 7.5였다.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최소한 로스터 경쟁자였던 프리랜드(7.1)보다는 높았다. 그리고 프리랜드는 이번 캠프 18경기에서 타율 0.116(43타수 5안타) 1홈런 7타점 11볼넷 11삼진 기록했다. 많았던 삼진만큼 많은 볼넷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보여준 것이 없었다.
그 1홈런도 캠프 최종전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캠프 최종전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보지 않은 경기였다. 한마디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다저스는 애초에 김혜성에 30홈런을 기대하고 영입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2루와 유격수, 중견수 등 센터라인 수비가 가능하고 발이 빠른 선수다.
에드먼이 이탈한 현재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줬음에도 다저스는 그를 오클라호마시티로 보냈다.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 것일까?
‘이번 강등 조치가 WBC 참가에 대한 징계성 조치가 아닐까’라는 의심조차 들게 만든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김혜성이 WBC에 참가하는 김혜성을 두고 “매일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하는 등 공공연하게 대표팀 합류에 대해 아쉬운 발언을 남긴 것조차 새롭게 들린다.
물론 개막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시즌은 길고, 기회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지난 시즌에도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했지만 빅리그 71경기에 출전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다저스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김혜성을 에드먼의 대체 선수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그보다 못한 선수로 보고 있음이 이번 이동을 통해 드러났다.
벌써 3년 1250만 달러 계약의 두 번째 해다. 김혜성은 어쩌면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납득하기 어려운 구단의 선택으로 놓치고 말았다.
남은 답은 단 하나다. 최대한 빨리,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다저스를 떠나야 한다.
김혜성이 떠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방법은 단 하나,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회가 줄어든 선수가 트레이드를 요청해 팀을 옮기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의 에이전트가 수수료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고 싶다면, 꾸준하고 집요하게 그의 트레이드를 요청해야 한다.
다저스가 트레이드를 거부한다면, 차라리 팀을 나와 키움으로 돌아가라. 다저스가 아무리 명문 구단일지라도 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팀에서 커리어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피닉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