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응원단의 목소리는 결국 한쪽으로만 기울었다.
지난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이 열렸다. 결과는 내고향의 2-1 역전승. 수원FC위민은 고개를 떨군 채 퇴장했고, 내고향 선수들은 인민공화국기(인민기)를 활짝 펼치며 결승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북한 선수단의 방한은 8년 만이며, 축구 종목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남북 맞대결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큰 화제였는데, 북한 선수단이 지난 4일 AFC로부터 대회 참가를 확정 지으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200여 개 단체가 수원FC위민과 내고향을 아우르는 ‘남북 공동응원단’을 결성한 것. 통일부 역시 남북 협력 이해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해 응원 경비 및 행정비 명목으로 3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공동응원단을 비판적인 시선은 적지 않았다.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부터, 스포츠계 내부에서는 내고향의 방한을 이유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공동응원단 측은 “‘잘한다 수원’, ‘힘내라 내고향’, ‘수원FC위민 응원합니다’, ‘내고향 반갑습니다’ 등 균형 잡힌 구호를 사용할 것”이라며, “AFC 가이드라인에 맞춰 양 팀 명칭과 선수 이름을 공평하게 부르며 열띤 응원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공동응원단의 모습은 사전 설명과 전혀 달랐다. 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약속대로 3,000여 명의 인원이 모여 북과 꽹과리를 울렸지만, 이는 수원FC위민이 아닌 내고향만을 향한 ‘일방적 응원’에 불과했다.
그들은 경기 내내 “내고향!”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보냈다. 수원FC위민이 공격에 나설 때조차 내고향을 외치며 수비 독려 분위기를 조성했고, 반대로 내고향이 볼을 소유하고 공격할 때는 더 큰 함성을 질렀다. 골에 대한 반응 역시 상반됐다. 수원FC위민의 선제골 순간보다 내고향의 동점골과 역전골이 터졌을 때 경기장이 더 크게 들썩였다.
사전에 준비한 걸개 문구도 편향적이었다. ‘조선 내고향 여자축구단 방한을 환영합니다’라는 정성스러운 문구와 달리, 수원FC위민을 향한 걸개는 ‘수원FC위민 파이팅!’ 같은 상투적인 표현에 그쳤다. 더욱이 국호 표시를 “북한(조선)으로 병기하겠다”던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이러한 현장 모습이 중계 화면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자 축구 팬들의 비판 여론은 들끓었다. 현장의 취재진 역시 공동응원단의 기이한 응원 행태를 바라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동응원단은 열성적인 응원전을 펼쳤지만 정작 어느 쪽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박길영 수원FC위민 감독은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 수원FC위민이다”라고 강조하며, “경기 내내 속상했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씁쓸한 심경을 고백했다. 반면 리유일 내고향 감독은 “경기가 격렬해 집중하느라 다른 부분은 보지 못했다. 그저 수원 주민들이 축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AFC가 주관하는 클럽대항전은 각국 리그 클럽팀 간의 경쟁이지만, 자국 리그를 대표해 출전하는 만큼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원FC위민은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홈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준결승 대진 팀끼리 같은 숙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AFC 방침마저 내고향 측의 요청으로 수원FC위민이 숙소를 양보해 옮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응원전마저 사실상 ‘평양 원정’과 다름없는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야 했다.
“승패를 떠나 스포츠의 양대 정신인 ‘페어플레이’와 ‘평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던 공동응원단. 그러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자국 팀의 선전을 외면해가며 행해져야 했던 건지 의문만 따를 뿐이다.
[수원=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