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드컵 기간이잖아요. 월드컵을 보니까 뛰어보고 싶은 꿈이 커지는 것 같아요. 태극마크 달고 꼭 뛰어보겠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축구 잘한다’고 인정해 주는 선수가 될 거예요.”
손정범(18·FC 서울)의 꿈이다.
손정범은 서울의 유소년 시스템이 키워낸 또 하나의 보물이다. 손정범은 서울 유소년 팀(오산중·고등학교)을 거쳐 올 시즌 프로에 데뷔했다.
손정범은 2월 10일 서울의 올 시즌 첫 공식전이었던 비셀 고베(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7차전에서 깜짝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손정범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손정범은 올 시즌 K리그1 개막전이었던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도 선발로 나서며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
손정범은 홈에서 치러진 리그 5라운드 광주 FC전에선 프로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축구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1 전반기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그 중심에 18세 미드필더 손정범이 있었다.
손정범이 6월 22일 서울의 전지훈련지인 강원도 양양에서 ‘MK스포츠’와 나눈 이야기다.
Q. 양양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잘 진행되고 있나.
잘 적응했다. 주변에 운동장과 웨이트 트레이닝장 외엔 크게 보이는 게 없다(웃음). 오전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왔다. 운동하기엔 딱 좋은 환경이다.
Q. 동계훈련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동계훈련 땐 팀 적응이 덜 된 상태였다. 그땐 형들과 친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힘들었다. 지금은 팀에 많이 적응했다. 형들과도 친해졌다. 훨씬 더 편하게 생활하고, 운동 중이다.
Q.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손정범의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다. 체감하나.
조금 느낀다(웃음).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감은 항상 있었다. 다만 이렇게 빨리 데뷔전을 치르고, 데뷔골까지 터뜨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Q. 프로에 빠르게 적응한 비결이 있을까.
특별한 비결은 없다. 훈련장에서나 경기에서나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오산고 후배들을 비롯한 학생선수들이 손정범을 보면서 큰 꿈을 품을 것 같다.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선배라고 하긴 좀 그렇다(웃음). 나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그래도 말해준다면 꿈을 향해서, 목표를 바라보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하면서 축구를 즐겼으면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프로에 데뷔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항상 겸손하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Q. 유소년 때와 가장 크게 느끼는 차이는 무엇인가.
경기장 분위기다. 정말 다르다. 고베전 때 경기장에 들어갔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프로축구 선수가 꿈이라면 그 분위기, 그 순간의 기분을 꼭 한 번 느껴봤으면 좋겠다.
Q. 어떤 느낌이었나.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고베 경기장이 돔구장이다.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팬들의 함성, 경기장 분위기, 그런 것들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서울 팬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경기 전부터 정말 큰 힘을 받았다.
Q. 일본 팀과 K리그1 팀을 모두 상대했다. 어떤 차이를 느꼈나.
프로 데뷔전이 고베전이었다. 템포가 정말 빨랐다. 피지컬적으로도 강했다. ‘이게 확실히 프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팀이었다. K리그1에서도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프로에 적응하고 있다. 이제는 조금 더 편하게 경기하려고 한다.
Q. 유소년 시절에도 일본 팀과 붙어본 경험이 있지 않나. 프로에서 만난 일본 팀은 무엇이 달랐나.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하게 느꼈다. 다만 스피드, 템포, 피지컬은 확실히 프로가 강했다. 일본 선수들이 겉으로 보기엔 왜소해 보여도 코어가 정말 좋은 것 같다. 부딪히면 쉽게 밀리지 않는다. 겉으론 왜소해 보여도 안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서울은 올 시즌 전반기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서울이 1위에 있다. 우리가 강팀이다 보니 상대 팀들이 우리를 상대할 때 더 철저히 준비해서 나오는 것 같다. 그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1위에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1위를 지키고, 더 나아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Q. 조언을 많이 해주는 선배가 있나.
주장인 (김)진수 형이 밥 먹을 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준다. 축구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정말 여러 이야기를 해준다.
Q. 이번 훈련에선 문선민과 룸메이트라고 들었다. 나이 차가 꽤 있는데 어렵진 않나.
동계훈련 때도 (문)선민이 형과 같은 방을 썼다. 대선배 아닌가. 처음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웃음).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선민이 형이 정말 잘 챙겨준다. 그래서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
Q.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집에서 넷플릭스 보는 걸 좋아한다. 밖에 잘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최근엔 ‘참교육’을 재미있게 봤다.
Q. 월드컵도 챙겨보고 있나.
보고 있다. 확실히 월드컵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경기를 볼 때마다 ‘저 무대에서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월드컵은 다른 대회와 정말 다른 것 같다.
Q. 롤모델로 주드 벨링엄을 언급했었다. 월드컵을 보면서 또 눈에 들어온 선수가 있나.
페드리다. 나와 스타일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축구하는 걸 보면 ‘정말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쉽게 쉽게 하는데 볼을 잘 빼앗기지 않는다. 확실히 잘하는 선수다.
Q. 동갑내기인 라민 야말은 어떻게 보나.
내가 평가할 수 없는 선수다(웃음). 그냥 천재다. 엄청나게 잘하는 선수다.
Q. 부모님은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해주나.
특별한 말씀은 없다. 매번 ‘다치지 말라’고만 하신다. 부모님은 내가 안 다치면서 축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다.
Q. 김기동 감독이 따로 해주는 이야기가 있나.
경기 전이나 훈련 때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신다. 그런 걸 들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Q. 광주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넣었다. 어떤 감정이었나.
정말 좋았다. 공이 골문 안쪽을 향했을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팬들의 함성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엄청났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 소리를 생각하면 자꾸 골 욕심이 생긴다(웃음). 또 골 넣고 그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질 않는다. 팀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일 때 과감하게 노려보겠다.
Q.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누비는 느낌은 어떤가.
한국 축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경기장이 정말 크고 아름답다. 팬들도 많이 와서 응원해 주신다. 그 응원 소리가 정말 큰 힘이 된다. 우린 평균 관중 1위 팀이다. 우리 팬들의 응원은 엄청나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건 특권이다. 우리 팬들의 함성을 들을 때마다 ‘축구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Q.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가 많다. 유소년 시절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
서울 유소년 팀인 오산중, 오산고 시스템이 정말 좋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부족한 부분을 영상으로 잘라서 보여주셨다. 개인 미팅도 하고, 팀 미팅도 하면서 많이 알려주셨다. 그래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축구가 많이 늘었다. 나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더 훈련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축구에 더 큰 재미가 붙었다. 유소년 때부터 축구를 재밌게 해온 것 같다.
Q. 볼 다루는 감각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
기본기 훈련이 중요하다. 볼 터치, 패스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비법 같은 건 잘 모른다. 실력은 많이 해야 늘 수 있다고 본다.
Q. 이미지 트레이닝도 자주 하나.
자기 전 경기에서 나올 것 같은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이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생각한다. 그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실제 경기장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을 때 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전반기를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데뷔전이었던 고베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프로에 올라와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나.
처음 프로에 올라왔을 땐 적응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동계훈련 때가 그랬다. 그땐 형들과 친하지 않았고, 프로 훈련은 고등학교 때와 완전히 달랐다. 훈련 시간은 비슷했지만 강도와 수준이 차원이 달랐다. 형들의 실력도 워낙 좋다 보니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잘 적응해서 괜찮다.
Q. 어떻게 빨리 적응하려고 했나.
축구를 계속 즐기려고 했다. 형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도 노력했다. 형들도 먼저 다가와 주셨다. 그래서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비슷한 나이대 선수 중 가장 많이 대화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고필관과 가장 친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운동한 친구다. 프로 동기이기도 하다. 같은 또래라 대화를 많이 한다. 다른 형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Q. 전반기 흐름이 좋을 때 휴식기에 들어갔다. 아쉽진 않았나.
아쉽긴 했다. 그래도 다시 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Q. 프로에선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뛴다. 같은 미드필더인 흐르보예 바베츠에게 배우는 것도 있을까.
바베츠는 킥, 시야, 패스, 볼 받는 움직임 등이 정말 좋다. 미드필더에게 필요한 걸 모두 갖춘 선수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점이 없는 선수다. 바베츠와 함께 훈련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Q. 후반기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팀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잘 준비해서 팀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싶다. 우선, 좋은 경기력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Q. 변성환 전 수원 삼성 감독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K리거로 손정범을 꼽았다. 영상 보았나.
봤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좋게 봐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큰 기대를 받는다. 부담은 없나.
부담으로 느끼진 않는다. 큰 꿈을 꾼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고, 언젠가 월드컵에도 나가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유럽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울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는 게 먼저다. 서울에서 잘해야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올해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해 큰 성장을 이루고 있다. 계속 성장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Q. 더 높은 꿈을 이루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볼이 왔을 때 더 공격적인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게 조금 부족하다. 볼을 잃지 않고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부분도 더 좋아져야 한다. 득점 기회가 왔을 땐 확실하게 해결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보완해야 할 게 많다.
Q. 손정범은 어떤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나.
월드컵 기간이다. 월드컵을 보니까 그 무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태극마크를 달고 꼭 월드컵에서 뛰어보고 싶다. 사람들이 ‘축구 잘한다’고 인정해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양양=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