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침체된 분위기를 두고 “다시 일어나서 걸어가야 할 때”라며, 임기 동안 ‘이름값’ 아닌 ‘경기력’을 토대로 대표팀을 꾸려갈 것을 약속했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오후 2시 충남 천안의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취임 기자회견 및 9~10월 A매치 4연전 명단을 공개했다. 모레노 감독의 임기 기간은 11월 27일까지로, 총 6경기를 치른다. 이후 평가를 통해 내년 1월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계약이 연장되는 조건이 포함됐다.
결과와 내용을 모두 잡아야 하는 모레노 감독은 최정예로 9~10월 A매치 4연전에 나선다. 핵심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손흥민(로스앤젤레스 FC) 등을 포함한 해외파 18명과 K리그 12명으로 구성된 30인을 발탁했다. 김민수(레인저스), 김건희(인천 유나이티드), 박태준(김천상무) 등 3명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정승원, 구성윤, 최준(이상 FC서울), 김봉수(대전하나시티즌), 조현택(울산 HD) 등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다.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 선발은 복잡한 과정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축구적인 요소였다. 약 1,700여 명의 선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30명을 추려나갔다. 게임 모델, 플레이 스타일, 선수들의 특성과 프로필을 토대로 명단을 발탁했다”라고 발탁 배경을 말했다.
이어 “우리의 분명한 기준은 이름값이 아닌 경기력이다. 한국 선수들이 우리의 관찰 대상인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과거 이력이 아닌 지금 경기장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균형 잡힌 선수를 선호한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눈을 마주쳤을 때 대표팀에서 뛰고자 하는 열망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선수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여파로 거센 비판과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한국 축구. 모레노 감독은 임시 사령탑이지만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결과와 내용 외에도 바닥까지 떨어진 팬심을 다시 잡아야 하는 과제까지 주어졌기 때문이다.
모레노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실패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전임 감독을 향한 존중과 함께 팀 내 분위기 쇄신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0살 아들과의 일화를 공유하며 “아들이 축구하다가 발목을 다쳤는데, 한 달 동안 축구할 수 없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아들에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넘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 된다’라고 말해주고 있다. 한국 축구 역시 다시 한 발 한 발 디딜 준비를 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 다음은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취임 기자회견 일문일답.
- 준비 기간이 짧다. 6경기 동안 구현하려는 게임 모델은.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 한 팀에서도 하나의 게임 모델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대표팀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술에 맞는 선수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각 포지션마다 원하는 모습을 요구하고자 한다. 이번 발탁 과정도 대표팀에 필요한 장점을 가진 선수를 찾는 데 집중했다.
게임 모델의 경우 4-4-2 포메이션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2년 동안 K리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포메이션이다. 소집 기간 선수들에게 발탁 배경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각자 어떤 부분을 잘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보완할 부분이 무엇인지 짚어주고자 한다.
- 손흥민의 활용법과 김건희, 박태준 등 최초 발탁 선수를 뽑은 배경은.
선수를 뽑고 활용 방법에 대해 선수와 먼저 소통하는 걸 선호한다. 다만 손흥민은 모두가 알고 있듯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김건희와 박태준은 각 소속팀에서 매우 명확한 포지션을 소화 중이다. 좋은 경기력도 보여주고 있다.
- 북중미 월드컵 분석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감독으로서 갖고 있는 원칙 중 하나는 개선할 부분이나 실수를 내부에서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찾는 것이다.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분석했다. 다만 선수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이다. 모든 감독의 업무를 존중한다. 전임 감독의 부족한 부분과 업무 과정에 대해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김민수와 정승원을 발탁했다. 다만,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승우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선발된 선수뿐이다. 앞서 말했듯 선수들을 만나기 전에 무언가 말하기보다는 직접적인 소통을 원한다. 이번 명단 내 선수들을 모두 지켜보고 분석했다. 각 선수의 최근 10경기 경기력을 토대로 선발했다.
- 북중미 월드컵 당시 팀 내부 분위기가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했다. 팀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어떻게 개선할 예정인가.
해당 내용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과거의 일을 신경 쓰기보다는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경기에서 지면 여러 문제가 부각된다. 반대로 이기면 여러 문제가 봉합되기도 한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는 일에 대해 개인적인 일화를 말하고 싶다. 지난주 10살 아들이 축구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한 달 동안 축구를 하지 못해 크게 실망하더라. 그래서 아들에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넘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지금 상황에 집중하고 다시 일어나서 걸을 준비를 하면 된다”라고 말해주고 있다. 한국도 그러면 된다. 우리 선수들이 그런 정신을 팬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 1,700여 명의 선수를 분석했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의 전체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공을 소유하는 능력이 인상적이다. 반면 수비에서는 전방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상대 공격을 기다리고 수비로 내려선 뒤 역습을 노리는 경향이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 강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특히 포지션을 말하자면 2선에 뛰어난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가 많다.
- 데이터 축구에 강점이 있어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지만, 러시아 PEC소치 시절에는 챗GPT에 과하게 의존했다는 루머도 있었는데.
해당 소식이 화젯거리였는데 크게 와전됐다. 현대 축구는 여러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나 챗GPT를 과하게 활용했다는 소식은 거짓이다. 영상이나 데이터를 분석할 때 사용했을 뿐이다. 10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면 해당 소식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잘 안되길 바라면서 나온 이야기다. 팬들이 궁금할 수 있는 내용이고 질문의 취지도 이해하지만,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다. 오늘 중요한 건 우리 팀과 선수, 선수 선발과 관련해서다.
- 6경기 평가에 따라 계약도 달라진다. 결과와 경기력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우리 선수에게 명확한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어려운 부분이지만, 감독을 하면서 경기 내용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결과를 가져오기도 어려운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제대로 보여줘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선수들과 첫 대면에서 제대로 말하겠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