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1에서 실체를 드러냈던 배우 이병헌이 시즌2에서 숨겨져 있든 ‘프론트맨’의 서사를 풀어냈다.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겜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극중 이병헌은 ‘오일남’의 죽음 이후 게임을 총괄하는 ‘프론트맨’으로 ‘기훈’과 첨예한 대립을 이루며 극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오징어 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 작품이다. 좋은 반응 때문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굉장한 보람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 인터뷰에서도 말한 부분인데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을 통해 경험 삼아 도전한다고 할리우드에 데뷔했을 때 이제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사람들이 되겠구나, 그런 삶을 살겠구나 싶었다. 다른 여러 해외 작품을 출연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봤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갔을 때 감회가 새로웠던 게 할리우드 작품을 몇 번을 하면서도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2000명 이상이 운집해있는 걸 보고 이 작품이 대단하긴 했나 보다라고 새삼스럽게 생각하고 묘한 느낌을 받았던 게 있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이 죽음의 게임이 되는 기발한 발상, 목숨 값이 곧 상금이 되는 독특한 데스 게임의 룰, 극단적인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 경쟁적으로 변질되는 인간의 본성을 낱낱이 드러낸 스토리로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 세계 곳곳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울려 퍼질 만큼 폭발적인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아시아 작품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수상뿐만 아니라,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제28회 미국 배우 조합상®,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등 유수의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공개된 시즌2는 넷플릭스 역대 공개 첫 주 최다 시청수를 기록, 공개 18일 만에 넷플릭스 역대 3번째로 인기 있는 작품에 등극하며 폭발적인 화제성을 입증했다. 물론 호평이 있는 만큼 혹평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존중한다. 어떤 부분이든 혹평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 주관적인 생각들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호평에 대해서도 수긍이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만족스러웠다.”
“감독이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오일남 캐릭터가 옆집에 사시는 아저씨, 할아버지 같은 다정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전체 시리즈를 이어 나가다가 정체를 마지막에 밝히면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완전히 반대의 형식으로 누구나 프론트맨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 안에 잠입시키는 것은 반대의 형식이지 않나. 시청자와 프론트맨만 알고 있는, 그런 약속을 만들어낸 것이 영리했다. 매일 게임마다 찬반 투표를 하는 건 그게 지루했다라는 평가들을 봤다. 사실 나는 그런 새로운 시스템을 넣은 게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극중 프론트맨은 게임을 총괄하며 상황실에서 모든 참가자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가 하면, 다시 게임에 돌아온 456번 ‘기훈’을 예의주시한다.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이병헌은 고민이 많았다.
“프론트맨의 정체는 시청자와 프론트맨만 알고 있는 게 아닌가. 그 관점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기훈을 관찰하고 하는 게 그게 시즌2만의 재미 포인트라고 생각했고, 끊임없이 줄 수 있는 재미라고 생각했다. 오일남처럼 나중에 짠하고 나타났을 때의 한 번에 주는 충격보다 은밀하게, 혹은 나만의 약속인 것처럼 미묘한 느낌들이 더 전체적인 구성으로 봐서는 재밌지 않았을까.”
특히 프론트맨은 ‘둥글게 둥글게’ 노래부터, 공기놀이, 제기차기, OX 투표 등에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직접 게임에 참여해야만 했을까.
“배우는 대본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야 하고, 자기 합리화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론트맨은 기본적으로 기훈이라는 친구에게 자기를 대입시킬 수밖에 없다. 똑같은 과정을 겪었고 같은 우승자 출신이다.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다시 게임을 하려는 걸 보면서 ‘어쭈’하는 생각이 들었을 거고, 기훈이 그렇게까지 하는 걸 보고선 ‘아직 정신을 못차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념을 바꿔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특히 기훈이 게임 시스템을 망가트리려고 한 게 프론트맨이 직접 나서게 된 이유가 됐을 거다.”
이병헌은 오랜 기간 배우 활동을 해왔지만, 이정재와의 호흡은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통해 처음 맞췄다. “처음으로 함께 해서 연기 패턴, 색깔을 알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되게 아이러니한 게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었는데 데뷔 시기가 비슷하니까 인간적으로는 오랫동안 친구인 거다. 되게 신기했다. 촬영을 시작할 때 드디어 서로 대사를 맞춰보네 했었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흥행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끈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기훈과 프론트맨의 관계성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일부 해외 팬들은 기훈과 프론트맨을 엮어 ‘BL’(BOYS LOVE)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이병헌은 ‘BL’에 뜻부터 먼저 물었다. 그러면서 “외국의 유튜브에 보면 숏츠에 비엘 그런 대문자로 써진 게 있어서 BH를 이야기한 줄 알았다. 병헌리 이런 걸 생각했다. 그렇게 본 적은 있는데 뭔 뜻인지 몰랐다. 키스하라는 댓글은 장난치는 댓글인 줄 알았다. 그게 대다수를 차지하는 줄 몰랐다. 불쾌하지도 않고 기분이 좋지도 않다”라며 웃었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