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하남자’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남자. 미워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임에도 ‘귀여움’을 뿜어내는 존재감 강한 배우, 그 배우가 김병철이다.
특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SKY캐슬’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4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 연출 김대진 김정욱)에서는 서인호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다시 썼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로,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4위에 오르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극 중 김병철은 대장항문외과 과장이자 차정숙 남편 서인호 역을 맡았다. 불륜녀 최승희(명세빈 분)와의 사이에서 혼외자까지 낳은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나쁜 사람’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허당미, 귀여움으로 매력적인 악역을 탄생시켰다.
Q. 최고 시청률 18.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캐릭터가 빌런임에도 사랑받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떻게 봐도 나쁜 놈이라는데, 어떻게 보면 좋은 면도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주 나쁜 사람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쪽만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업을 할 때도 그걸 염두에 뒀다. 나쁘기만 한 면 말고 다른 면도 생각했다.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작업했다. 그중에 허당 같은 모습이 있고. 또 코믹하게 그려진 장면이 잘 드러났던 것 같다.”
Q.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유독 귀여운 면모가 눈에 띄었다.
“그런 노력은 하지 않았고, 이 사람의 다른 점인 ‘웃프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은 압박이지 않나. 그럼에도 못 끊어내고. 벗어나고 싶고 그러다 보니까 실수도 하고, 그런 모습이 뭐랄까. 결과적으로 귀엽게 보실 분도 있을 것 같다. 안쓰럽게. ‘왜 그러기에 그런 짓을 해서 그러니’ 그런 생각도 드는 것 같다. 웃프다는 웃기면서 슬프다니까. 음.. 웃쁘다. 웃기면서 나쁜 것 같다.”
Q. 귀엽다는 반응에 기분이 어땠나.
“촬영 당시 스태프 중에서 귀엽다고 한 분들이 있었다. 연기자 김병철을 응원해줬고, 저는 동료라고 생각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이 시청자들에게 나오는 걸 보고 그런 반응이 그런 맥락이었구나 싶었다. ‘서인호 같은 사람 좋아하면 안 돼’ 이렇게 말했는데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재미로만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에게 그런 면도 배운 것 같다.”
Q.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였기에 연기할 때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현실적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도 있고 더 와닿기 때문에 비난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조건 자체가 부담되진 않았다.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어서 부담되진 않았던 것 같다. 약간 부담된 걸 이야기해보자면 ‘SKY캐슬’과 느낌이 조금 비슷해서, 권위적이고 아내를 무시하는 모습이. 그래도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코믹한 부분이 훨씬 많이 들어가서 차별점이 있었던 것 같다.”
Q. 높은 시청률 중 시청률 %를 담당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우 못하겠다. 저는 모르겠다. 시너지를 내서 작품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 작품 잘된 것은 이야기와 균형이 잘 맞은 것 같다. 성장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감동만 있는 게 아니고, 코믹만 있는 게 아니라서. 저도 그 부분의 하나인 것 같다. 시너지적인 측면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Q. 인기를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인터넷으로 시청률을 볼 때 체감한다. 18%의 인기로. 돌아다닐 때 부담스러운 적은 있다. 욕먹을까봐. 이전 작품에서는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부담스럽더라. 지하철 탔는데 ‘욕먹으면 어쩌지?’ 싶었다. 그런 일은 없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당황했겠지만 조금 기쁜 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로만 들었던 걸 경험하니까 ‘감사합니다 저한테 이런 경험을 줘서’라고 했을 수도 있다.”
Q. 삼각관계를 그렸던 엄정화, 명세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엄정화 배우와는 오랫동안 함께 산 사이를 연기해야 해서 그런 것들이 어색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엄정화 배우님에게도 저는 존댓말이 편한데, 이번에는 ‘누나’라고 하고 말도 반말을 했다. 엄정화 배우가 먼저 ‘일부러 그렇게 하자’고 제안했고, 저도 그런 관계를 위해서 접근했다. 서로 상의하면서 연기 작업을 해나갔다. 그게 호흡을 잘 맞은 것 같고, 이게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호흡이 좋았던 것 같다. 명세빈 배우도, 승희 캐릭터가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신이 싫으면 어떡하지?’ 고민했는데. 세빈 씨가 개인적으로 대본 리딩을 하자고 해서 어렵게 생각한 지점을 이야기하면서 호흡을 맞춰나갔다. 그게 좋은 결과를 주는 것에 일조한 것 같다.”
Q. 엄정화가 출연하는 ‘댄스가수 유랑단’을 본 적이 있나. 봤다면 같이 작업한 입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그전과 다르더라. 경험을 했기 때문에 누나가 밝고 배려하는 것이 공감됐고, 함께 작업했던 모습도 떠오르고 무대에서 모습도 연기자가 하는 무대는 다른 느낌이 있더라.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래서 흥미로웠다. 예전에도 ‘멋진’ 평가들이 있었지만, 이제 새삼스럽게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Q. 철저하게 준비하는 편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도 막히는 구간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대본을 많이 보고 읽으면서 궁리한다. 현장에 가면 그대로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고착되지 않게 노력했다.”
Q. 시청자로서 봤을 때 서인호가 정말 ‘얄미웠다’하는 장면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하는 거 자체가 어렵다고 느껴진 장면이 있었다. 예를 들면 ‘장애인 등록해서 주차증 받아와’ 아니면 응급실에서 쓰러졌는데 ‘내가 꼭 가야 하는 거야?’ 하는 대사가 잘 안 나왔다.”
Q. 아무래도 ‘닥터 차정숙’은 의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이기에 수술 장면도 종종 등장했다. 의사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수술 장면은)쉽진 않더라. 또 말 자체가 어려워서. 연상도 안 되고 생소하고 긴 글자가 있어서 반복적으로 해야지 되는 거였다. 수술하는 장면에서 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교육을 받았다. 병원에 가서 실습하고 조작해보면서 익히고 촬영할 때는 현장에 와서 코치해주고, 섬세한 부분은 그분들의 손을 촬영하기도 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Q. ‘닥터 차정숙’ 이후 의학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나.
“생긴다. 본격적으로 용어를 해보는 걸 해보고 싶다. 예를 들으면 ‘하얀거탑’ ‘낭만닥터 김사부’ 등 본격적인 의료 지식이 드러내는 것에 출연하고 싶다. 외과도 좋고, 안과도 좋고, 피부과도 좋을 것 같다. 피부과는 사람들의 욕망과 밀접하게 있어서 그런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Q. ‘닥터 차정숙’ 속 코믹 연기에 점수를 준다면?
“글쎄요.... 한 70~80점. 좀 더 노력하면 좋을 것 같고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가능성이 남아있지 않나. 취향이 다른 분들은 코미디로 안 받아들일 수도 있어서, 고려해서 그분들도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할 게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Q. 차정숙에게 간 이식하고, 건물까지 선물하고 이혼한다. 또 최승희와도 아이의 부모로만 만나기로 약속하고 작별한다. 결말에 만족하나.
“정숙의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지점에 있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결말에 있어서는 정숙의 선택이 성장이라는 것에 포커스에 맞춰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엄정화 선배님도 그런 마음이 있다.”
Q. 김병철이 차정숙이었다면 어떤 선택과 결말을 냈을까.
“저는 극 중에 정숙하고 비슷한 선택을 할 것 같다. 저를 돌아보고, 본인의 삶을 보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로이의 말 들을 것 같다. 각자의 삶을 찾아가지 않을까.”
Q. ‘닥터 차정숙’을 끝내고 김병철이 느낀 스스로의 성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의 성장이라.. 이야기를 해보자면 연기자 김병철로서 로코라는 시장을 개척했다. 경험을 했다. 로코 불모지 캐릭터에서 귀여움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 가능성을 발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넓히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
“안 해본 장르를 해보고 싶고 두루두루 해보고 싶다.”
[김나영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