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의식하지 않는 미모는 없다. 하지만 한소희와 전종서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미모도, 연기도, 존재감도 비켜서지 않은 채 정면으로 마주했다. 절친이기에 가능했고, 절친이어서 더 위험해 보였다.
배우 한소희(32)와 전종서(31)가 영화 ‘프로젝트 Y’로 만났다. 흔치 않은 여성 투톱, 더 정확히는 ‘여성 버디 무비’의 등장이었다. 1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제작보고회 현장은 두 배우의 투샷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됐다.
두 사람은 이날 각기 다른 결의 스타일로 등장했다. 한소희는 아이보리 톤 슬리브리스 드레스로 윤기 있는 피부와 부드러운 선을 강조했고, 전종서는 네이비 톤 니트와 미니 스커트로 절제된 실루엣과 단단한 인상을 남겼다. 방향은 달랐지만,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누가 더 튀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자기답게 버티느냐의 문제였다.
‘프로젝트 Y’는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서 벼랑 끝에 몰린 두 여자가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며 인생의 판을 뒤집으려는 이야기다. 한소희는 욕망을 좇아 위험에 뛰어드는 ‘미선’을, 전종서는 벼랑 끝에서 결단을 내리는 ‘도경’을 맡았다. 캐릭터만큼이나 두 배우의 결도 뚜렷했다.
한소희는 “이환 감독님의 전작 ‘박화영’을 인상 깊게 봤고, 제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어서 더 신중하게 임했다”며 “미선이라는 인물이 입는 옷과 색감에도 직접 의견을 냈다. 많지 않은 의상 안에서 캐릭터의 시그니처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종서는 “또래 배우와 로드무비 같은 작품을 할 기회가 흔치 않다”며 “소희 배우와 함께라는 걸 알았을 때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소희는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였다. 그 점이 의외이자 큰 자극이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두 사람이 실제로도 ‘절친’이 됐다는 사실이다. 한소희는 “극 중 도경은 와일드한데, 실제 종서는 하얗고 말랐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면 종서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캐릭터를 완전히 흡수한 배우”라며 “현장 몰입도가 뛰어나서 대본 이상으로 장면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전종서 역시 “같이 촬영하는 친구이자 동료로서, 소희 배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와 힘이 됐다”며 “추운 환경에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촬영이었는데, 서로 버텨주는 관계였다”고 밝혔다. 그는 “소희는 그림도 잘 그린다. 저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친구”라며 웃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에 가까웠다. 미모를 낮추지도, 연기를 숨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서로의 존재가 수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 조합은 안전하지 않다. 동시에 가장 설득력 있다.
김신록, 정영주, 이재균, 유아까지 합류한 탄탄한 배우 라인업 역시 이 위험한 동행에 힘을 보탠다. 정영주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캐릭터에 몰입했고, 김신록은 한 차례 고사했던 대본을 다시 선택하며 “이 두 배우를 믿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Y’는 단순한 범죄 영화도, 스타일만 앞선 작품도 아니다. 여성 캐릭터 두 명이 중심에 서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드문 선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소희와 전종서가 있다.
한소희는 “새해를 맞아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전종서는 말 대신 미소로 답했다. 비켜서지 않은 미모, 양보 없는 연기. 절친이기에 가능했던 위험한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편 영화 ‘프로젝트 Y’는 2026년 1월 21일 개봉한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