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은 덜어내고, 결은 남겼다. 박한별은 레드카펫 위에서 설명보다 선택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장식보다 질감, 노출보다 실루엣. 한 벌의 드레스가 그가 서 있는 ‘지금’을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23일 서울 강남구 건설공제조합 CG아트홀에서 열린 제29회 춘사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박한별은 은은한 회색 톤의 튜브톱 드레스로 포토월 앞에 섰다.
멀리서 보면 담백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한지처럼 부드러운 바탕 위에 장미 패턴이 겹겹이 얹힌 텍스처가 시선을 붙든다. 과한 광택도, 날카로운 장식도 없이 ‘결’로 완성된 드레스였다.
헤어스타일 역시 같은 방향을 향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웨이브 롱 헤어는 한쪽으로만 살짝 넘겨 어깨 라인을 드러냈고, 얼굴선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유지했다. 메이크업은 피부 표현에 힘을 실었다. 윤기를 살린 베이스에 또렷한 브라운 아이 메이크업, 과하지 않은 립 컬러로 전체적인 균형을 맞췄다. 화장을 ‘했다’기보다 ‘정리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액세서리는 최소화됐다. 드롭형 이어링 하나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았고, 드레스의 장미 패턴과 질감이 중심이 되도록 여백을 남겼다. 168cm의 체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은 노출 없이도 충분히 존재감을 만들었다.
올해 41세인 박한별은 2002년 잡지 ceci 표지 모델로 데뷔한 뒤, 안양예고 재학 시절 ‘5대 얼짱’으로 불리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전지현 닮은꼴로 회자되던 시절의 화려한 수식어 대신, 이날 레드카펫 위의 그는 말수가 적었다. 대신 옷이, 결이, 선택이 대신 말했다.
화려함을 증명하려 들지 않는 태도. 그 절제된 한 걸음이 박한별의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