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에 대한 비판은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박나래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은 비판의 선을 넘어, 한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완전히 끊어놓으려는 ‘집단 광기’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방송인 박나래가 데뷔 이래 최악의 사면초가에 빠졌다. 전 매니저와의 횡령 및 갑질 공방,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은 추징금, 그리고 결정타가 된 ‘주사이모’ 불법 의료 시술 의혹까지. 연이어 터진 악재들은 그녀를 ‘예능 퀸’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대중의 심판대 위에 세웠다.
물론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박나래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대중의 실망 또한 감내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뤄지고 있는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다.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박나래의 과거 언행 하나하나를 소환해 악의적으로 재해석하는 ‘신상 털기’가 횡행하고 있다. 방송에서 보여준 동료들과의 장난은 ‘괴롭힘’으로, 소탈한 모습은 ‘위선’으로 둔갑했다. 이는 전형적인 ‘확증 편향’이다. “박나래는 나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정해두고, 그에 맞는 증거를 끼워 맞추는 식이다.
방송가 역시 이러한 여론에 편승해 ‘손절’에 급급한 모양새다. 10년을 함께한 ‘나 혼자 산다’는 단체 사진에서 그녀의 흔적을 지웠고, 예정됐던 프로그램들은 줄줄이 무산됐다. 범죄 사실이 확정되기도 전에 방송계에서 ‘지워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 매니저와의 갈등은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민·형사상 다툼의 영역이다. ‘주사이모’ 사건 역시 박나래 측은 “의료인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고, 고의성 여부는 수사 기관이 밝혀낼 일이다. 그러나 대중은 이미 그녀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고, 숨 쉴 틈 없는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잘못이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감정적 처형’에 가깝다. 과거 우리는 수많은 연예인을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악플로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던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민 개그우먼’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무겁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만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한 인간을 향한 무차별적인 난도질과 마녀사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뜨거운 비난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으로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기다림’이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