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끝난 뒤였다. 출연진들이 하나둘 인사를 나누는 짧은 순간, 송은이는 유재석 앞에 멈춰 섰다. 길지 않은 한마디였다. “고생했어, 고생했어.” 설명도, 질문도 없었다. 대신 눈빛이 먼저 닿았다.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뜬뜬’을 통해 공개된 ‘제3회 핑계고 시상식’ 말미에 포착된 장면이다. 시상식 진행을 마친 유재석은 출연진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전했고, 그중 송은이의 위로는 유독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남았다. 유재석은 그의 어깨를 감싸며 “나중에 만나서 얘기 좀 해”라고 답했다. 말은 짧았지만, 지금은 설명보다 온기가 필요한 순간임을 서로 알고 있는 듯한 장면이었다.
송은이와 유재석은 오래 함께해온 동료다. 수많은 방송 현장을 공유해왔고, 웃음과 부담을 동시에 견뎌온 사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송은이의 위로에는 상황을 묻는 말도, 조언도 없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먼저 건넨 건 ‘고생했다’는 인정이었다.
유재석은 이날 시상식을 마무리하며 “정말 쉽지 않은 한 해였다”며 “그래도 우리끼리 소소하게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화려한 수식 없이 담담하게 꺼낸 말에는 그가 짊어진 무게가 묻어 있었다. 최근 출연 프로그램을 둘러싼 여러 변화 속에서, 그의 의지와 상관없는 구설이 겹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송은이의 한마디는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을 먼저 봤다. 유재석 역시 더 덧붙이지 않았다. 지금은 말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는 듯, “나중에 얘기하자”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박수와 웃음이 오갔던 시상식의 마지막,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상이 아니라 위로였다. 누군가는 설명해야 하는 자리에 있었고, 누군가는 그 설명이 필요 없다는 걸 알려줬다. 그 짧은 교차가 이날 시상식의 또 다른 엔딩처럼 남았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