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크리스마스, 같은 레드카펫이었지만 장원영의 선택은 또렷했다. 아이브 장원영이 산타걸 콘셉트로 등장하며 글로벌 팝 아이콘들이 만들어온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K팝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숫자로는 173cm, 나이로는 21세. 그러나 레드카펫 위에서 완성된 장면은 단순한 착장을 넘어 하나의 캐릭터에 가까웠다.
2025 SBS 가요대전 레드카펫 행사가 25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아이브 장원영이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산타걸 콘셉트로 등장해 단숨에 시선을 끌었다.
장원영이 선택한 의상은 벨벳 질감의 레드 미니 드레스였다. 어깨를 드러낸 오프숄더 디자인에 화이트 퍼 트리밍을 더해 산타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완성했고, 가슴 중앙의 리본 디테일은 캐릭터성을 분명히 했다. 장식은 많지 않았지만 색과 소재만으로 계절감을 충분히 전달한 선택이었다.
눈에 띈 건 실루엣이었다. 173cm의 키를 바탕으로 허리선이 강조된 구조는 상체와 하체의 비율을 또렷하게 나눴다. 짧은 기장의 드레스와 대비되는 퍼 부츠는 다리를 잘라내기보다는 리듬감 있게 이어주는 역할을 했고, 전체적으로는 ‘귀엽다’보다는 ‘완성됐다’에 가까운 인상을 남겼다.
헤어와 메이크업은 과하지 않았다. 길게 내려온 스트레이트 헤어는 의상 자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장치처럼 작동했고, 피부 톤을 살린 메이크업과 은은한 립 컬러는 산타 콘셉트를 부담 없이 소화하게 만들었다. 캐릭터를 앞세우되 얼굴을 가리지 않는 계산된 선택이었다.
이 장면이 인상적으로 읽힌 이유는 단순히 크리스마스 의상 때문만은 아니다. 해외 팝 신에서 머라이어 캐리, 아리아나 그란데가 각자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아이콘’을 구축해온 것처럼, 장원영 역시 K팝 무대 위에서 산타걸이라는 이미지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냈다. 흉내보다는 해석에 가까운 접근이었다.
같은 날 MC로 나선 안유진이 순백의 드레스로 정제된 이미지를 택한 것과 비교하면, 장원영의 선택은 더욱 또렷해진다. 같은 팀, 같은 키, 같은 무대였지만 한 명은 ‘캐릭터’를, 한 명은 ‘역할’을 입었다. 그 대비 속에서 장원영의 산타걸은 이벤트성 코스튬이 아닌 하나의 장면으로 남았다.
숫자로만 보면 21세, 173cm. 그러나 레드카펫 위에서 장원영이 보여준 건 나이나 설정을 넘어선 완성도였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이미지 하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또 하나의 기록이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