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아이를 키운다는 건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버텨낸 시간과 몸으로 남은 흔적의 문제였다. 배우 남보라가 방송을 통해 꺼낸 엄마의 이야기는 ‘대가족’이라는 말 뒤에 가려졌던 한 사람의 세월을 조용히 드러냈다.
26일 방송된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는 남보라가 어머니와 함께 대가족을 위한 대용량 요리를 준비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장면이 그려졌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식을 해내는 어머니의 모습 뒤로, 쉽게 꺼내지 못했던 기억들이 하나씩 이어졌다.
남보라는 요리 도중 “우리 키우면서 울었던 적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니는 “많지. 힘들다고 아이들 앞에서 울 수는 없었다”며 담담하게 답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남보라와 여덟째 아들 다윗이 화상을 입었던 사고를 떠올렸다. 당시 다윗은 피부이식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상태가 심각했지만, 지금은 다행히 흉터 없이 회복됐다.
또 다른 고비는 13남매가 돌아가며 수두를 앓았던 시기였다. 어머니는 “한 명이 끝나면 또 한 명이 걸렸다. 매일 이불을 빨고 소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남보라는 “엄마는 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 말에는 그만큼 많은 시간을 혼자 견뎌왔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남보라는 “우리 다 키우느라 엄마가 그렇게 아팠나 보다”며 마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어머니는 담석증 수술과 요로결석 등으로 고생했고, 50세 이전에는 산부인과 외에 병원을 찾을 일이 거의 없던 사람이었다고 전해졌다. 어머니는 “아이 키울 때는 도 닦는 마음으로 하라고들 하지 않느냐”며 자신의 육아를 돌아봤고, 이를 들은 남보라는 “진짜 도를 닦았다. 엄마 몸에서 사리가 나왔다”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13남매의 현재도 함께 전해졌다. 장남은 고려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셋째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신고해 1억 원 수표 사건 해결에 기여해 포상을 받았다. 배우로 활동 중인 동생을 비롯해 각자 다른 자리에서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하지만 남보라가 끝내 꺼낸 이야기는 성취가 아니었다. 그는 “13명 중에 비슷한 애가 하나도 없다”면서도, 그 다양한 인생을 가능하게 만든 엄마의 시간이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화려한 결과보다 먼저 존재했던 것은, 울지 않고 버텨낸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이었다.
대가족의 추억은 늘 웃음으로 소비되지만, 남보라가 꺼낸 이날의 고백은 그 웃음 뒤에 남아 있던 조용한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13남매를 키운 엄마의 시간은 그렇게, 이제야 말로 꺼내진 이야기였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