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지 않겠다는 자와, 그 돈보다 더 큰 액수를 법원에 묶어두면서까지 주지 않겠다는 자의 기이한 평행선이다.
민희진 오케이 레코즈 대표(전 어도어 대표)가 “256억 원을 포기할 테니 전쟁을 끝내자”며 ‘빈손’의 명분을 내세운 같은 날, 하이브는 무려 292억 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법원에 공탁하며 차가운 자본력으로 응수했다.
이제 양측의 싸움은 단순한 풋옵션 분쟁을 넘어, 상대를 완벽하게 고사시키기 위한 극단적인 자존심 싸움이자 치킨게임으로 번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판상 보증 공탁금 292억 5000만 원을 납부했다. 이는 1심 패소에 따른 가집행(계좌 압류 등)을 막기 위한 강제집행정지 인용의 후속 조치다.
주목할 점은 이 ‘292억 원’이 가지는 압도적인 무게감이다. 통상적인 기업 분쟁에서 3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단순히 ‘집행을 미루기 위한 담보’로 법원에 묶어두는 것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하이브가 즉각 현금 공탁을 실행한 것은, 민 전 대표에게 단 한 푼의 자금줄도 열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이자 거대 기획사만이 할 수 있는 ‘자본력 과시’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하이브가 막대한 현금을 법원 금고에 넣은 같은 날, 민 전 대표는 4차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종전을 제안했다. “256억 원을 내려놓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즉각 멈추고 뉴진스 5인 체제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고도화된 승부수다. 민 전 대표는 ‘돈’이라는 변수를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하이브가 그동안 주장해 온 ‘경영권 찬탈 및 금전적 이익 추구’라는 프레임을 깨부쉈다.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뉴진스’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292억 원을 써가며 압류를 막아낸 하이브의 조치를 한순간에 ‘불필요한 고집’처럼 보이게 만드는 심리적 덫을 놓은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를 대하는 양측의 셈법은 완전히 엇갈리며 극단적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그간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던 수백억 원대의 ‘풋옵션’이라는 금전적 권리를 과감히 포기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인질 삼아 하이브의 여론적 항복을 받아내고, 쪼개진 뉴진스를 다시 완전체로 되돌려 놓겠다는 강력한 압박 스탠스다.
반면 하이브는 3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법원에 묶어두는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상대의 여론전이나 감정적 호소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절차를 밟아 민 전 대표의 주장을 원천 무력화하겠다는 강경 노선이다.
받을 수 있는 256억 원을 허공에 던진 민희진과, 주지 않기 위해 292억 원을 법원 금고에 잠가둔 하이브. 돈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오직 서로의 목을 조르는 무기로만 전락한 이 비극적인 진흙탕 싸움에서, 과연 양측이 쥐게 될 승리의 전리품이 남아있기는 할지 연예계 안팎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