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 없는 송가인 뮤비’…AI가 빚어낸 가성비 판타지, 혁신일까 무리수일까 [홍동희 시선]

최근 공개된 송가인의 신곡 ‘꽃이 아니면 어떤가(질경이)’ 뮤직비디오는 꽤나 이질적이고 도발적인 화두를 던진다.

정작 주인공인 송가인의 실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페르소나와 가상 세계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송가인 없는 송가인 뮤비’다.

이번 파격적인 시도가 갖는 가장 큰 산업적 의미는 단연 ‘비용 대비 압도적인 효율성’과 ‘표현의 확장’이다. 통상적으로 K팝 뮤직비디오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이 훌쩍 넘게 투입되는 반면, 이번 100% AI 뮤직비디오는 일반 제작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가인 ‘‘꽃이 아니면 어떤가’ 뮤직비디오
송가인 ‘‘꽃이 아니면 어떤가’ 뮤직비디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세트장 시공이나 해외 로케이션 없이도, 주인공이 나뭇잎 안경을 쓰는 순간 척박한 현실이 만개한 꽃밭으로 변하는 몽환적인 판타지를 구현해 냈다. 나아가 DJ 처리(신철)의 프로듀싱으로 탄생한 ‘트로트+브라질리안 삼바 하우스’라는 이질적인 하이브리드 사운드에 맞춰 전 세계 군중이 축제를 즐기는 장면까지 자유자재로 그려냈다.

‘질경이’처럼 척박한 땅에서 끈질기게 피어나는 생명력이라는 곡의 추상적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데 있어, AI는 훌륭하고 가성비 좋은 붓이 되어주었다. 최정상의 자리에 있는 트로트 퀸이 자신의 익숙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기술적 모험을 감행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트렌드 세터다운 행보다.

송가인 ‘‘꽃이 아니면 어떤가’ 뮤직비디오
송가인 ‘‘꽃이 아니면 어떤가’ 뮤직비디오

하지만 화려한 색감과 신기한 기술 이면에는 뚜렷한 한계와 짚고 넘어가야 할 우려점도 공존한다. 우선 기술적 디테일의 아쉬움이다. 언뜻 보기엔 화려하고 경이로운 대자연과 군중의 모습이지만, 영상 곳곳에서 AI 생성 영상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아직은 조금 어색한 얼굴, 뭉개지는 질감 등이 눈에 띈다. 아직 완벽하게 현실을 대체하기엔 기술적 과도기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정서적 교감의 부재’에 있다. 트로트는 그 어떤 장르보다 가수의 표정, 떨리는 입술,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恨)’과 ‘흥’이 곡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음악이다. 송가인이라는 압도적인 보컬리스트가 지닌 따뜻한 위로와 호소력이, 정교하지만 차가운 AI 그래픽 속에서 대중의 마음 깊은 곳까지 가닿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팬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화려한 가상 세계의 군중이 아니라, 땀방울을 흘리며 진실하게 노래하는 송가인의 실제 얼굴일지도 모른다. 아티스트의 부재가 메시지의 확장이라는 기획 의도와 달리, 자칫 팬덤과의 정서적 괴리감을 낳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송가인 ‘‘꽃이 아니면 어떤가’ 뮤직비디오
송가인 ‘‘꽃이 아니면 어떤가’ 뮤직비디오

결론적으로 송가인의 이번 ‘꽃이 아니면 어떤가’ 뮤직비디오는 가요계 영상 제작 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의미 있는 실험작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신인이나 중소 기획사들에게 AI가 저비용 고효율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실히 증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이 아티스트의 본질적인 아우라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숙제도 남겼다. AI는 분명 매력적인 도구지만, 음악이 주는 본연의 감동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송가인의 이번 실험은 음악 산업과 첨단 기술이 어떻게 공존하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나가야 할지, 그 기나긴 논쟁의 흥미로운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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