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맞아? 굿즈나 내놓아라”…‘케데헌’ 더피 잇는 ‘동궁’의 꺼먹살이 [홍동희 시선]

“원래 사람 양기 노리는 험한 귀신이라면서요? 이렇게 귀여운데 양기 좀 뜯어가면 어때서!”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오컬트 대작 ‘동궁’이 마침내 베일을 벗은 가운데, 주연을 맡은 배우 남주혁과 조승우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단숨에 위협하는 뜻밖의 ‘메가톤급 신스틸러’가 등장했다.

극 중 나쁜 기운이 쌓여 생겨난 소형 귀매(鬼魅), 이른바 ‘꺼먹살이’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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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질감의 앙증맞은 외모에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주인공 구천(남주혁 분)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이 위험하고도 소중한 귀신은 공개 직후 온라인을 그야말로 찢어놓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조선판 그루트’, ‘반려 귀매’라는 애칭이 쏟아졌고, 급기야 “당장 봉제 인형으로 출시하라”는 팬들의 실력 행사성 요구까지 빗발치고 있다. 음침하고 기괴해야 할 한국의 전통 귀신이 어쩌다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복덩이 마스코트’가 된 것일까.

사실 한국형 오컬트나 무속 신앙을 다룬 작품 속 귀신은 오랫동안 퇴치해야 할 악귀이거나, 억울함을 달래주어야 할 한풀이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꺼먹살이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깨부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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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인간의 생기를 노리는 치명적이고 위험한 습성을 지녔지만, 정작 하는 짓은 주인 곁을 맴돌며 재롱을 부리는 강아지에 가깝다. 오컬트 사극 특유의 어둡고 핏빛 자욱한 분위기 속에서, 꺼먹살이가 등장하는 찰나의 순간은 관객들의 긴장을 녹여주는 완벽한 오아시스로 작용한다.

이 사악한 태생적 설정과 무해한 외모가 만들어내는 치명적인 ‘갭모에(반전 매력)’야말로 2030 시청자들이 꺼먹살이에 열광하는 핵심 포인트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꺼먹살이의 현대 서울 방문 보너스 영상이 하루 만에 조회수 40만 회를 훌쩍 돌파한 것은 이러한 열풍이 단순한 밈을 넘어섰음을 증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K-무속 신앙 캐릭터의 떡상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글로벌 히트를 기록했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한 호랑이 귀신 ‘더피’ 역시 한국의 산신령과 호랑이 설화를 친근하게 재해석해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당시 더피 인형과 피규어는 굿즈 시장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IP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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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 조상들이 무서운 도깨비나 해태에 유쾌한 인격을 부여해 액운을 쫓고 해학으로 승화시켰듯, 작금의 K-콘텐츠 제작진 역시 전통 무속이라는 고유의 자산에 현대적인 감각을 영리하게 덧입히고 있다. 징그럽고 부정적인 존재를 ‘소장하고 싶은 귀여운 괴물’로 둔갑시키는 이 기막힌 비틀기야말로 K-오컬트가 가진 독보적인 스토리텔링 경쟁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동궁’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들의 리얼한 호흡을 위해 실제 크기의 꺼먹살이 모형 인형을 제작해 상주 시켰다고 한다. 스태프의 SNS를 통해 이 인형의 실물이 공개되자 팬들은 “꺼먹살이가 실존한다!”며 또 한 번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대중은 단순히 드라마의 결말이나 시청률에만 매달리는 수동적인 시청자가 아니다. 작품 속 세계관을 밈으로 공유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굿즈를 품에 안으며 적극적으로 2차 창작을 즐기는 펀슈머(Fun+Consumer)로 진화했다.

‘더피’의 든든한 바통을 이어받아 K-무속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꺼먹살이’. 오싹한 악귀마저 온 국민의 든든한 ‘반려 캐릭터’로 탈바꿈시키는 대한민국 창작자들의 유쾌한 상상력이, 차갑고 무서운 스크린 위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앙증맞은 불씨를 지피고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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