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이 주이재(이혜리 분)와 우수빈(황인엽 분)의 꿈과 사랑을 모두 완성하는 꽉 찬 해피엔딩으로 12부작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의 활짝 웃는 결말 뒤로 남겨진 성적표는 뼈아프다.
첫 회 2.7%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방영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 7회에서 최저 2.0%를 찍었고, 시청률 반등을 기대하기 마련인 최종회마저 2.3%라는 초라한 수치에 머물렀다.
올해 ENA 드라마 라인업 중 최저 수준의 본방 시청률이라는 굴욕적인 박스권에 갇히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이 처참한 숫자가 드라마의 모든 성취를 부정하는 지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대에게 드림’은 상업적 타깃팅의 명확한 실패와 주연 배우의 눈부신 성장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명암을 동시에 남긴 작품이다.
천재 감독이 되어 돌아온 우수빈과 꿈을 잊은 채 현실을 버티던 생계형 리포터 주이재의 15년 만의 재회.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착한 성장 서사’는 분명 따뜻했다.
하지만 서사의 전개 방식은 지나치게 고전적이고 순진했다. 10대 학창 시절의 풋풋한 회상, 엇갈린 오해, 그리고 재회 후 이어지는 관계의 회복은 청춘 로맨스 장르의 정석이지만, 동시에 짙은 ‘기시감’을 안겼다. 빠른 템포와 맵고 짠 도파민 중심의 자극적인 전개가 대세가 된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잔잔한 감정선 중심의 플롯은 리모컨을 쥔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훔치기엔 역부족이었다.
홀로 증명한 혜리의 ‘입체적 결’
드라마의 가장 큰, 그리고 유일하다시피 한 수확은 단연 여주인공 혜리의 연기적 도약이다.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던 명랑한 ‘덕선이’의 이미지를 영리하게 비워내고, 현실에 발붙인 30대 여성의 고단함과 미세한 감정 굴곡을 묵직하게 소화해냈다.
그는 10대 시절의 순수한 열정부터, 생계형 리포터로서 겪는 자괴감과 현실적 타협, 다시 꿈을 마주했을 때의 주저함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시간대를 과장 없는 생활 연기로 촘촘히 메워냈다.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유지하되, 눈빛과 호흡만으로 지친 청춘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전작인 스릴러 ‘선의의 경쟁’에서 서늘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혜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극 전체를 홀로 끌고 갈 수 있는 ‘원톱 주연’으로서의 단단한 입지를 굳혔다.
상대역 황인엽의 든든한 호연도 극의 정서적 온도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겉으로는 성공한 천재 감독이지만 내면에 오랜 상처를 품은 캐릭터의 결핍을 절제된 톤으로 밀도 있게 그려냈다. 두 사람의 앙상블은 단순한 남녀 간의 설렘을 넘어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성장의 파트너십’으로 진화하며 드라마의 뼈대를 지탱했다.
시청률을 떠나, 서랍 속에 남을 청춘의 기록
2%대 시청률의 고착화는 장르물과 남성 중심 서사에 쏠려 있는 ENA 채널 시청층의 특성과, 숏폼 클립 및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시청 패턴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본방송 시청률은 바닥을 기었지만, 글로벌 OTT인 라쿠텐 비키 등에서는 100여 개국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상업적인 성적표만 본다면 ‘그대에게 드림’은 뼈아픈 실패작일지 모른다. 대중성을 단숨에 사로잡을 폭발적인 서사적 임팩트도, 짜릿한 반전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유예했던 이들이 서로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뭉클한 과정과, 이를 섬세하게 빚어낸 혜리와 황인엽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분명한 가치를 남겼다. 비록 TV 화면 위의 숫자는 2.3%에서 멈춰 섰지만, 누군가의 잊힌 꿈을 다독여 준 이 따뜻한 ‘웰메이드 청춘물’은 배우 혜리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의미 있는 터닝포인트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