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즉흥 여행’의 배신…전현무 카자흐스탄行에 흔들린 ‘나혼산’의 신뢰 [MK★초점]

“지원은 없고 협조는 있었다”…‘나 혼자 산다’이 자초한 ‘즉흥’의 배신

‘나 혼자 산다’에서 말하는 ‘즉흥’의 정의는 과연 뭐였을까. 방송인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즉흥 여행기를 내세운 ‘나 혼자 산다’의 조작 논란이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관광 당국의 촬영 협조 사실을 뒤늦게 밝히며 제대로 역풍을 맞았다.

‘금전적 지원’은 없었다는 해명에도 여전히 여행의 사전 준비 범위는 공개되지 않으면서, 논란은 이제 진위를 넘어 프로그램의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논란은 지난 14일과 2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갑작스럽게 생긴 1박 2일의 휴일을 맞아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떠난 전현무의 여행기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 사진 = ‘나 혼자 산다’ 캡처
논란은 지난 14일과 2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갑작스럽게 생긴 1박 2일의 휴일을 맞아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떠난 전현무의 여행기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 사진 = ‘나 혼자 산다’ 캡처

논란은 지난 14일과 2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갑작스럽게 생긴 1박 2일의 휴일을 맞아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떠난 전현무의 여행기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인천국제공항을 찾아간 전현무는 출국 전광판에서 알마티를 발견, 즉석에서 항공권을 알아보고 구매해 ‘즉흥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전현무의 무계획 즉흥 여행은 현지에 도착해서도 계속됐다. 알마티 공항에서 큰 무리 없이 렌터카를 빌리는가 하면, 당일 숙소를 구하는 등의 무계획 여행을 이어갔다.

너무나 순조로운 즉흥 여행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동시에 의문도 제기됐다. 항공권 확보부터 당일 숙소 예약까지, 여행의 과정들이 지나치게 무탈하게 해결된 것이다. 해당 의혹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인이 운전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에 별도의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욱 증폭됐다. ‘나 혼자 산다’ 속 전현무는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제출한 뒤 차량을 빌렸지만, 일반 여행객도 같은 방식으로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이어졌다.

의혹이 제기되자 제작진은 25일 “이번 카자흐스탄 여행과 관련해 촬영 지원이나 협찬 등을 받은 사실은 없다”며 선을 그었으며, 가장 크게 거론됐던 렌터카에 대해서는 전현무가 출국 직전 현지 렌터카 업체에서 요구한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제출하고 차량을 대여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독이 됐다. 알마티시 측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관광 당국의 지원 아래 촬영이 진행됐다는 취지의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전현무 1인의 항공권은 당일 확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전 준비 없이 여러 명에 달하는 제작진의 항공권까지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었는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제작진은 31일 추가 입장을 내놨다. 앞서 ‘촬영 지원’이나 ‘협찬’이 없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알마티시 관광청으로부터 금전적 협찬이나 제작비 지원을 받은 사실은 없으며, 현지 촬영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와 현장 진행에 필요한 촬영 협조를 받아 원활하게 진행되었음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지원’과 ‘협조’는 다르다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일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즉흥 여행’으로 받아들이며 카자흐스탄 여행기를 지켜본 시청자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당초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이 외부의 지적과 논란이 이어진 뒤에야 알려졌다는 점에서다.

사진설명

물론 리얼리티 예능이라고 해서 제작진의 개입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시청자 역시 예능프로그램에 일정 부분 연출과 편집이 개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해외 촬영은 출입국과 촬영 허가, 안전 관리, 장비 운용 등을 위해 사전 준비가 불가피하다. 방송에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서 제작진의 준비와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에 유독 거센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즉흥’이 해당 방송의 핵심 콘셉트였기 때문이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공항으로 향한 전현무는 출국 전광판을 보고 알마티를 선택했다. 항공권부터 렌터카, 숙소까지 사전 준비 없이 현장에서 해결하는 과정 역시 ‘즉흥 여행’의 묘미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 현지 관광 당국의 행정적·현장 협조가 있었다면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런 사전 협조 없이 여행하는 일반 관광객과 완전히 같은 조건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널A의 김진 앵커는 1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알마티로부터 촬영 협조 받아놓고 마치 즉흥 여행처럼 즉석에서 렌터카도 빌리더니, 해명도 방송도 진실하지 못한 MBC 나혼산”이라는 글과 함께 본인이 직접 시도한 카자흐스탄 알마티행 항공권 예매 조회 화면을 캡처해 공개했다.

8석의 항공권을 조회했을 때 ‘선택하신 조건으로 예약 가능한 항공편이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떠 있는 장면을 캡처한 김 앵커는 “저는 알마티 항공권 6~8명을 당일에 사는 건 불가능했다”며 전현무와 촬영팀 등 여러 인원이 당일 공항에서 항공권을 확보해 출국했다는 방송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들의 실제 일상을 관찰하는 리얼리티를 프로그램의 근간으로 삼아온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일정한 연출이 존재하더라도 ‘진짜 일상’이라는 믿음은 프로그램을 지탱해온 중요한 전제였다. 이번 논란이 뼈아픈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전현무의 여행이 즉흥이었느냐 사전에 계획된 설정이었느냐와 같은 ‘조작 의혹’을 넘어서, 그동안 프로그램이 보여준 출연자들의 일상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심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금전적 지원은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알마티라는 목적지가 정확히 언제 결정됐는지, 전현무와 제작진의 항공권은 각각 언제 확보됐는지, 알마티시 관광청과 언제 처음 접촉했는지 등과 같은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관광청이 제공한 행정적 절차와 현장 진행에 필요한 촬영 협조의 구체적인 범위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방송에서 강조한‘즉흥’이 실제로 어디까지 즉흥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전현무 역시 침묵만 이어가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재미’도 중요하지만, 지금 ‘나 혼자 산다’가 되찾아야 할 것은 시청자의 신뢰다. 리얼리티 예능의 신뢰는 모든 장면에 연출이 없다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시청자가 화면 속 ‘리얼’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순간, 그 위에 쌓아 올린 재미 역시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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