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송창식이 패션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개량한복을 동네 양장점 아주머니의 손을 거쳐 완성하고 약 100벌을 만들게 된 비화를 공개했다.
5일 방송된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는 가수 송창식과 정미조가 출연했다. 이날 김주하는 송창식을 “개량한복의 선구자”라고 소개하며 오랜 세월 한복을 입게 된 이유를 물었다.
시작은 1975년께 홍콩에서 열린 아마추어 가수 콩쿠르였다. 처음 외국에 나가게 된 송창식은 “제일 비싼 양복점에 가서 돈 좀 들였다”며 근사한 양복 한 벌을 맞췄다. 한국 대표로 가는 만큼 한복도 따로 한 벌 준비했다.
첫날 파티에는 자신 있게 양복을 입고 나갔다. 그런데 장소가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무용 연습실이었다. 송창식은 그곳에서 예상 밖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난 내가 되게 멋있을 줄 알았다”며 “옷은 내 게 괜찮은데 내 모습이 제일 후질구리한 거였다”고 회상했다. 주변의 서양인들은 평범한 옷을 입고 가만히 서 있어도 자신과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는 것.
다음 날에는 함께 가져간 한복을 꺼내 입었다. 송창식은 “한복을 딱 입고 나갔는데 내가 보기에는 거기서 내가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라며 “사람은 똑같은데 뭔가 다른 거다. 서양 사람들은 서양 옷을 입어야 되고 한국 사람들은 한국 옷을 입어야 되는 거다”라고 당시 떠올린 생각을 전했다.
문제는 전통 한복을 매일 입기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송창식은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옷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고민하며 직접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송창식이 양복과 한복을 만드는 친구들을 비롯한 패션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자 돌아온 대답은 “그건 못 한다. 불가능하다”였다고 했다.
송창식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1977년 결혼한 뒤에는 아내에게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지만 역시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자 아예 재봉틀을 사다 주고 서양 옷 제작 관련 책까지 구해 공부하도록 했다. 그렇게 몇 년에 걸쳐 옷본까지 완성했지만, 이를 들고 다시 찾아간 친구들은 여전히 “못 만들겠다”고 했다.
뜻밖의 해결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동네에서 옷을 수선하던 나이 든 아주머니였다. 양장점을 하던 그에게 옷본을 보여주며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동안 전문가들에게서 들었던 말과는 정반대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 이거 할 수 있겠는데.”
송창식은 “한 번에 그냥 나온 거예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1975년 구상을 시작해 1979년 실제 옷이 나오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이렇게 완성된 개량한복은 한두 벌로 끝나지 않았다. 송창식은 해당 아주머니가 자신의 옷을 전담해 디자인·제작하면서 약 100벌 정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