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이 16일 개인 SNS를 통해 “오늘 할아버지 됐어요”라며 첫째 딸의 출산 소식과 손주의 사진을 공개해 대중의 큰 축하를 받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가정을 이루고 할아버지가 된 그의 기쁜 소식은, 최근 방영된 데뷔 40주년 기념 KBS 2TV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네버엔딩 이승철’에서 보여준 진솔한 인생 성찰과 맞물려 한층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방송에서 그는 1989년과 1990년 두 차례 일어난 대마초 사건과 이로 인한 5년간의 방송 활동 정지라는 뼈아픈 시련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고백한 그는, 자신 때문에 43년간 이어온 교직 생활을 그만두어야 했던 어머니를 향해 깊은 미안함과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절망적인 공백기는 그를 대체 불가능한 ‘라이브의 황제’이자 ‘보컬의 신’으로 재탄생시킨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1985년 록 밴드 부활의 2대 보컬로 데뷔해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1988년 솔로 전향 후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그였지만, 방송 무대가 막히자 주저앉는 대신 콘서트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영화 출연료까지 무대 음향과 장치에 투입하고 1년에 200일 이상 전국 콘서트 무대에 오르며 관객과 직접 호흡했다. 방송 소외라는 시련이 도리어 무대의 소중함을 각인시키고, 오늘날 완벽한 라이브 가창을 자랑하는 전설을 완성한 단련의 시간이 되었던 셈이다.
이승철의 40년 음악 인생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대한 궤적이기도 하다. 솔로 데뷔곡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를 시작으로 ‘마지막 콘서트’, ‘소녀시대’, ‘방황’, ‘오늘도 난’을 거쳐, 2002년 부활과 재결합해 발표한 ‘네버엔딩 스토리’는 음반 시장의 침체기 속에서도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어 ‘말리꽃’, ‘인연’, ‘서쪽 하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My Love’ 등 수많은 영화·드라마 OST와 대표곡들을 배출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감성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정규 앨범 12장, 발표곡 270여 곡, 통산 2,000회가 넘는 공연을 펼쳐온 가요계의 거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철저한 완벽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지방 공연 당일 오전 7시부터 공연장을 찾아 객석 곳곳의 음향 상태를 손수 점검하는 모습은 “관객의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아야 한다”는 프로의식을 여실히 증명한다.
나아가 그는 ‘슈퍼스타K’ 시리즈의 터줏대감 심사위원으로서 날카롭고 냉정한 독설을 마다하지 않으며 가요계의 새로운 인재들을 발굴하는 지탱목 역할도 해왔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KBS 한가위 대기획 공연 ‘당신의 삶은 네버엔딩 스토리 - 이승철’과 전국투어 ‘THE VOICE’로 대중과 만나고 있는 그는 “오늘을 40주년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겠다. 50주년까지 함께해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젊은 날의 과오를 겸허히 성찰하고, 손주를 품에 안은 삶의 결실 속에서,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인다. 시련을 견뎌낸 단단한 목소리와 깊어진 삶의 궤적이 어우러진 그의 노래는 앞으로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 대중의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