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악이 가요계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생태계를 빠르게 재편하며 시장 질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지난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 주관으로 ‘AI 활용 음악 신탁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지난 8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발표했던 신탁 등록 규정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폭넓은 공론화 권고에 따라 유보된 이후, 국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모으는 공론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그러나 이번 논의를 면밀히 살펴보면, 인간 창작자의 실질적 기여도 검증, 창작 로그 제출 및 확인·보증 의무화 등 주요 제언들이 기존에 검토되었던 신탁 규정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원론적 공감대를 재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입법적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논의의 진전이 다소 더뎠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김재원 의원이 강조한 “명작의 가치 보호, 저작인격권과 AI 윤리에 대한 신중한 접근, 창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숙의”라는 대의와 정책적 고민의 무게감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신기술 앞에서 법과 제도가 정교함을 갖추려면 다각도의 검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 산업 현장의 시계는 국회의 숙의 과정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단순 프롬프트 기반의 음원이 대량으로 플랫폼에 유입되면서 정당한 창작자들의 정산 몫이 왜곡되고 있으며, 음원 유통 플랫폼 역시 명확한 규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뷰징 음원을 걸러내는 데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이 마주한 혼란은 이미 ‘신중한 검토’ 단계에 머물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AI 기술을 전면 배제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장 교란을 최소화하고 정당한 인간 창작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규제 기준의 연착륙이다. 토론회에 참여한 창작자와 유통사, 전문가 다수 역시 제한적 허용, 자진신고 체계, 사후 검증 및 제재라는 기본 프레임워크 자체에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첫 단추를 꿴 국회의 공론화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이제는 실질적인 입법과 행정적 보완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 완벽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논의를 길게 끄는 것보다, 기존에 논의된 규제 방안의 미비점을 신속히 보완하여 제도화하는 것이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현실적인 길이다. 국회와 문체부가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반영해 신속하고 실행력 있는 정책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