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갸웃하게 만드는 추석 극장가, 기대작이 없다 [추석대전②]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추석 극장가는 그야말로 대목이다. 여름 극장가 텐트폴 영화처럼 이번에도 한가위 특수를 노리는 한국영화 세 편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을 기대작이 뚜렷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예년보다 짧은 올 추석 연휴에는 한국영화 세 편이 11일 동시에 개봉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지난해보다 연휴 기간이 짧은 올해는 오락물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 / 롯데엔터테인먼트), 액션물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감독 손용호 / CJ엔터테인먼트), 휴먼코미디물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 / NEW)가 3파전을 이루게 됐다.

지난해 추석 극장가에는 한국영화 대작 네 편이 맞붙었다. 지난해 9월 12일 개봉한 ‘물괴’(감독 허종호), 19일 개봉한 ‘협상’(감독 이종석)과 ‘명당’(감독 박희곤), ‘안시성’(감독 김광식) 등 범죄물 한 편과 다양한 사극의 변주 세 편이 관객과 만났지만 유일한 승자는 ‘안시성’이었다. 개봉 당시 ‘안시성’은 네 편의 영화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사진설명
올해 추석 극장가의 특이점은 사극이 없다는 것이다. 거의 매해 추석 대전에는 사극 장르가 빠지지 않았고 이는 자연스러운 풍토처럼 자리 잡았지만, 올해만큼은 예외다. 대신 그 자리를 오락, 액션, 코미디가 채워 다양성을 꾀한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타짜’ 시리즈는 앞선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추석 시즌 개봉하며 흥행해 흥행 불패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원작드라마에서 느낄 수 없었던 유쾌, 통쾌한 액션으로 장르물의 쾌감을 선사한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경우 휴먼코미디 장르로 명절에 딱 맞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일한 영화다.

제각기 뚜렷한 개성을 가진 영화들의 3파전이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지점도 있다. 으레 추석 극장가라면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열이 상당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시기 나오는 모든 영화가 골고루 조명 받지 못할지언정 평단과 관객의 흥미를 돋우는 한두 편의 영화는 꼭 있게 마련이었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올해는 어딘가 다르다. 전작의 명성만으로 기본적인 기대감을 형성한 ‘타짜: 원 아이드 잭’도 관객들의 기대치를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2006년 개봉한 첫 번째 ‘타짜’가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얻은 만큼 이후 시리즈들은 후광의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4년 ‘타짜-신의 손’은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401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물론 웰메이드였던 전편에 비해 빈틈이 많이 보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5년 만에 돌아온 세 번째 ‘타짜’는 기존과 달리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지만 세련된 맛만으로 헐거운 만듦새를 메우기 버거워 보인다. 웰메이드 ‘타짜’ 시리즈를 기대하는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은 ‘타짜: 원 아이드 잭’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진 않다. 동명의 OCN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기존 인물들에 새로운 캐릭터를 더해 신선한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름 하나로 브랜드가 된 마동석의 역할에 기대는 게 ‘나쁜 녀석들: 더 무비’다. 문제는 기대는 대상이 확실한 만큼 그 대상이 120%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못 하다는 점이다. 마동석은 여전히 유효한 유머를 적재적소에 날리고 타격감 있는 액션을 선사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지만 그 이상의 특별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빈틈투성이인 헐거운 서사는 배우들의 고군분투에도 도무지 채워지지 않아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러닝타임 내내 의자에 등을 딱 붙이게 만든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NEW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NEW
차승원이 16년 만에 코미디로 복귀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도 앞선 두 영화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출사표를 던졌다. 과거 일어난 사고의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앓는 철수(차승원 분)와 불치병을 앓는 딸 샛별(엄채영 분)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나 가족의 진짜 의미를 찾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동 시대 사회 구성원을 위로하는 미덕도 갖춘 ‘힘을 내요, 미스터 리’다. 그러나 식상한 전개와 과도한 감동 코드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해 그나마 쌓아 올려둔 감정을 무너뜨린다는 약점도 있다. 추석 극장가에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진 ‘타짜: 원 아이드 잭’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결국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갖춰야 하는 건 재미다. 미약한 시작을 창대한 끝으로 만들기 위해선 관객들의 입소문이 필요하고, 입소문이 퍼지려면 궁극적으로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영화들에 대한 여론도 어느 정도 형성됐지만, 예년의 추석 가뭄 극장가만큼은 뛰어넘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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