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가까운 작품성보다도 진정성에 더 이끌려 선택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배우 김명민에게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그런 맥락이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 김태훈, 이하 ‘장사리’)은 수많은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하루 전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상륙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김명민은 극 중 출중한 리더십과 판단력으로 유격대를 이끄는 리더 이명준 대위 역을 맡았다. 대위는 772명에 이르는 학도병들과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되지만 상륙 직전 태풍에 배가 좌초될 위기를 겪고, 상륙한 해별에서는 인민군의 집중포화를 받는다. 온갖 난관에서도 작전을 성공시키고자,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학도병들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고자 노력하는 대위의 모습과 ‘장사리’를 대하는 김명민의 자세는 꽤 많이 닮아 있었다.
배우 김명민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명준 대위가 아닌 학도병 이야기다. 인물이나 작전에 대한 역사적 사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도 많았고, 부담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참여했다. 후손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나라를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분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명민이 ‘장사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장 많이 쓴 표현은 ‘사명감’과 ‘진정성’이다. 만약 영화가 사명감, 진정성을 잊었다면 ‘장사리’는 여느 전쟁영화와 다를 바 없었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스펙터클보다 술수 없는 우직함으로 중무장한 ‘장사리’가 빛나는 이유다.
“진정성이 없다면 가벼운 영화가 됐을 수도 있다. 화려함과 자극적 장면을 과감히 드러낸 만큼의 진정성이 있다. 무게감을 잡아준 게 바로 곽경택 감독님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대한 재현하고자 한 노력이 깃들었다. 감독으로서 자기 살을 에는 듯한 편집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한다. 그분의 주저함 없는 결단을 통해 또 한번 위력이 증명된 것 같다. 그 결과 ‘장사리’는 다른 전쟁영화들과 다른 결을 지니게 됐다.”
배우 김명민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명민의 말대로 ‘장사리’는 학도병들의 이야기다. 선택권을 가진 어른들이 아니라 저 마다 다른 이유로 전장에 모인 청년들이 사지로 내몰리며 겪는 고난의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김명민은 이런 부분을 요리에 비유했다.
“대위의 감정이 더 보였다면 ‘장사리’가 지금처럼 담백하진 않았을 거다. 요리를 할 때 계속 간을 보다보면 싱겁게 느껴지지 않나. 모자란 듯해서 간을 하다보면 과해지고, 결국 짜고 넘치는 요리가 된다. 연기에도 ‘오바’라는 선이 있다. 그 선을 넘기는 순간 뿌듯하고 좋을지 몰라도 완성된 작품을 보면 못 봐줄 연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장사리’는 전쟁영화이긴 하지만 러닝타임도 짧아 모두의 분량이 아쉽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영화만 놓고 본다면 그게 옳은 선택이었고, 개인 욕심을 채우다가 짜고 넘치는 영화가 됐을지 모른다.”
‘장사리’ 촬영장에서 김명민은 맏형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가 연기한 대위라는 롤과 비슷한 지점이 많다. 연차가 높다고 해서 편한 건 아니었다. 김명민은 극 중 이명준 대위와 마찬가지로 후배 배우, 스태프 한 명씩 챙기며 사기를 북돋웠다. 물론 ‘맛집 투어’ 담당도 김명민이었단다.
배우 김명민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어느덧 맏형이다.(웃음) 연기에 충실한 것 외에도 다른 몫이 있다.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 하는 몫이다. 혹시 힘들어하는 친구가 보이면 다독여주고, 감독님에게 의견도 제시하곤 했다. 한 겨울 촬영이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힘이 되는 현장이었다. 그리고 나는 맛집 전파를 좋아하기 때문에 누군가 그 지역 맛집을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게 두렵다. (김)인권이를 데리고 다니며 맛집을 찾아내고, 정말 맛있다 싶으면 후배들을 보냈다.” /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