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미와 전도연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여배우로서 지난 영화사를 관통해온 시간을 되돌아봤다. 거기에는 숱한 고민과 그 끝에서 만난 지향점이 깃들었다.
5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김지미를 아시나요’ 오픈토크가 열린 가운데 배우 김지미와 전도연이 참석했다.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 김지미, 전도연의 대화는 깊은 울림을 안겼다. 다만 갑작스러운 우천으로 행사가 조기 종료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지미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해 ‘하얀 까마귀’(1967), ‘동창생’(1971), ‘논개’(1972), ‘토지’(1974), ‘육체의 약속’(1975), ‘티켓’(1986), ‘명자 아끼꼬 쏘냐’(1992)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해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아시아영화제, 대종상영화제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그는 8, 90년대 영화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김지미 사진=천정환 기자
이날 김지미와 전도연은 ‘여배우’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경험들을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17살 데뷔한 김지미. 그는 당시 충무로를 떠올리며 “배우가 어떤 직업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배우가 됐다. 얼떨결에 김기영 감독님의 눈에 띄어 길거리 캐스팅을 당해 어린 나이에 뭔지도 모르고 배우의 길에 들어서 오늘날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제가 영화를 막 시작했을 때 한석규 씨가 톱이었다”며 “그가 나오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그와 호홉을 맞춘 여배우가 누구인지 중요했던 시절에, ‘접속’(감독 장윤현)으로 호흡했을 때 다들 걱정스러운 마음에 반발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전도연은 검증되지 않은 배우라는 게 있었고, 이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걸로 안다. 영화계에서 검증된 이후 신중하게 한 작품씩 연기했고, 여전히 다작을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전도연 사진=천정환 기자
전도연은 또 “주체적인 여성상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도연은 저런 배우’라는 게 규격화 된 것 같다. 더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인식되며 비슷한 작품을 해온 것 같다. ‘전도연은 왜 힘든 영화만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는 걸로 안다. 저도 앞으로 좀 더 가볍고 즐거운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지미와 전도연의 공통점 중 하나는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한 것. 이에 대해 김지미는 “인기를 위해, 상을 타기 위해서 연기를 한 건 아니다. 연기를 하다 보니 인기를 얻고 상을 타게 되더라. 배우는 감독의 표현 소재이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닌가”라고 소신을 밝혔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김지미 사진=천정환 기자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전도연은 “사실 저는 배우가 꿈이 아니었는데,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연기를 하며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지만 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다. 사실 그 당시 어떠한 의미보다 큰 부담이었다. 앞으로도 그 상의 의미를 채워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지미를 아시나요’는 오는 6일까지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진행된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