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가 엮어낸 청춘의 표상, 스크린에 피어나다 [버티고②]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올해 천우희 만큼이나 스크린을 자주 찾은 배우가 또 있을까. 천우희는 올해만 4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로 우리가 발붙인 현실을 담백하고 냉철하게 담아냈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에서 천우희는 고층빌딩 사무실 속 어지럼증과 이명을 느끼며 하루하루 위태롭게 버티는 서영을 연기했다. 계약직이라는 데에서 오는 고용의 불안과 사내 비밀연애 중인 애인과의 불완전한 관계 등 서영을 둘러싼 모든 불안함이 천우희라는 배우의 얼굴을 통해 형상화된다.

그간 고통 속에 놓인 이들을 연기로써 대변해온 천우희는 올 초부터 지금까지, 부지런히 관객과 만나고 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물부터 현대인, 소수자, 사랑에 빠져 흔들리는 이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폭 넓은 스펙트럼을 또 한번 입증했다.

배우 천우희 사진=김영구 기자
배우 천우희 사진=김영구 기자
천우희는 지난 3월 개봉한 ‘우상’(감독 이수진)과 지난달 선보인 ‘메기’(감독 이옥섭), ‘마왕의 딸 이리샤’(감독 장형윤), ‘버티고’(감독 전계수) 등 총 4편의 영화로 얼굴을 비추고, 목소리를 내어왔다. ‘우상’에서는 진실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여인 련화 역을 맡아 줄을 타는 듯 아슬아슬하면서도 폭발하는 에너지로 이전에는 없던 캐릭터를 완성했다. ‘메기’를 통해서는 인간과 소통하고 말하는 메기의 목소리를 연기해 존재감을 발휘했다. ‘마왕의 딸 이리샤’는 그의 첫 더빙 도전작이 됐고 ‘버티고’에서는 모든 것을 자꾸 안으로만 응축하는 서영으로 불안한 현실을 대변했다. 8월에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당차고 사랑스러운 30대를 그려냈다. 지난 2014년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다니”라고. 무대에 올라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렵게 수상소감을 내뱉던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큰 감명을 줬다. 이후로도 천우희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곡성’(2016)의 무명으로 또다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대체 불가한 배우로 우뚝 섰고 두려움 모르는 도전과 용기로 매 작품 굵직한 선을 남겼다.

영화 ‘버티고’ 스틸컷 사진=트리플픽쳐스
영화 ‘버티고’ 스틸컷 사진=트리플픽쳐스
이번 영화 ‘버티고’에서도 천우희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클로즈업의 부담감을 이겨냈고,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인물의 정서를 충분히 전달한다.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면 구석구석 감각이 깃든 천우희의 얼굴이 극의 설득력을 높이기도 한다. 우울한 현실에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춘을 덤덤히, 그러면서도 다양한 얼굴로 형상화했다. 천우희는 ‘버티고’ 속 서영과 마찬가지로 흔들리는 시기를 통과 중이다. 그가 그려낸 우리의 표상은 언제나 깊은 울림을 안긴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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