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정서와 호흡의 마술사 [김노을의 디렉토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편집자주> 1973년 일본에서 태어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1998년 애니메이션 ‘둘러싸인 세계’를 연출하며 데뷔했다. 이후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 ‘별의 목소리’(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 ‘초속5센티미터’(2007), ‘언어의 정원’(2013), ‘누군가의 시선’(2013),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 등 자신만의 색채가 뚜렷한 애니메이션을 만듦으로써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끌어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지극히 일상적이나 그 안에 담긴 서사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진다. 장대비 내리는 공원, 비 그친 뒤 하늘,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플랫폼, 정오를 지나는 시간대의 교실 등 모두 우리가 익숙히 봐온 풍경이다. 아주 잠깐 사이 놓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을 화폭에 옮겨낸 감독의 솜씨는 이제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AFPBBNews=News1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러닝타임 45분 속 미학 ‘언어의 정원’(2013) ‘언어의 정원’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07년 ‘초속5센티미터’를 내놓고 두 편의 영화를 거친 후 개봉한 영화다.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교생 타카오는 비 오는 날이면 오전 수업에 빠지고 도심 정원의 고즈너간 정자를 찾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자에서 구두 스케치를 하던 타카오는 초콜릿에 맥주를 마시는 20대 여성 유키노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의 인연은 비가 오는 날마다 적막으로 둘러싸인 정자에서 이어진다. 유키노를 만난 타카오는 결심한다. 걷는 법을 잊은 유키노를 위해 구두 한 켤레를 만들어준다고. 화려한 언어는 없지만 마음이 담긴 적막 속에 있던 두 사람은 장마의 끝자락에 놓인다.

영화 ‘언어의 정원’ 스틸컷 사진=영화 ‘언어의 정원’
영화 ‘언어의 정원’ 스틸컷 사진=영화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그린 일본의 공원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극적인 사건이나 상황 없이 평범한 일상을 포착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서 비로소 감독의 진가가 발휘된다. 사진이 빛의 마술이라고 불린다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는 사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명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빛으로 장면을 묘사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을 그려낸다. ‘언어의 정원’의 러닝타임은 45분이다. 짧은 러닝타임에서 알 수 있듯 서사는 미니멀해 군더더기가 없다. 절제된 감정과 간결한 서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징 중 하나로, 오히려 이야기를 미니멀하게 만들고 묘사와 호흡, 정서를 상대적으로 풍성하게 그려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영화 ‘너의 이름은.’ 스틸컷 사진=미디어 캐슬
영화 ‘너의 이름은.’ 스틸컷 사진=미디어 캐슬
◇ 정서와 호흡으로 각인되는 ‘너의 이름은.’(2016)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정서와 호흡으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 몸이 뒤바뀌며 자신 혹은 서로의 운명으로 들어가는 이야기 속 아름다운 장면이 환상처럼 지나간다.

뻔하다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에서 시작한 영화다. 접점이 없는 세계에 사는 소년과 소녀가 기묘하게 얽히고, 상대방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이 이야기는 작화의 정서와 편집의 호흡이 분위기를 살린다. 영화적 장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그것이 도드라져 이질감을 주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년과 소녀의 독백,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는 일상 풍경, 리듬감을 잃지 않는 편집이 모여 아름다운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고 이 장면 하나하나가 모여 ‘너의 이름은.’을 완성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어쩌면 우리가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스쳐지나갔을 수 있는 감정의 고리를 낚아챈다. 그리고 이 감정을 풍경에 심어 넣어 감정으로 심화한다. 그렇게 우리는 스크린 안 작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경험한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영화 ‘날씨의 아이’ 포스터 사진=미디어 캐슬
영화 ‘날씨의 아이’ 포스터 사진=미디어 캐슬
◇ 다시 찾아온 신카이 마코토 매직 ‘날씨의 아이’(2019)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날씨의 아이’로 3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30일 개봉한 ‘날씨의 아이’는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어느 여름 날, 가출소년 호다카는 수상한 잡지사에 취직을 하고 비밀스러운 능력을 지닌 소녀 히나를 만난다. 이제부터 하늘이 맑아진다는 히나의 기도에 멈추지 않던 비가 멈추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한 빛이 닿는다. 그러나 환한 빛을 본 기쁨도 잠시, 소년과 소녀는 세계의 거대한 비밀을 마주한다.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연출적 특징이 다시 한번 빛을 보는 영화다. 그 특유의 섬세한 묘사로 작은 부분 하나까지 담아내며 정서와 호흡을 형성해간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화가 다무라 아쓰시가 작화감독으로 함께했고, ‘너의 이름은.’의 주제곡을 담당했던 래드윔프스가 음악에 참여해 ‘날씨의 아이’의 정취를 배가시켰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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